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하북성의 산골짜기

엄마와 잠시 떨어져서 걷고 있던 나는 시장의 골목을 돌고 있었다. 갑자기 웬 남자 서넛이 나의 앞길을 막더니 다짜고짜 앞에 서 있던 택시에 태웠다. 나는 칼을 들고 위협하는 그 사람들이 중국 공안인줄로만 생각했다. 나는 불법으로 중국 땅에 들어온 조선 사람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택시가 점점 시내를 벗어나 또 다른 시내에 들어서자 뭔가 느낌이 달랐다. 사람들은 내가 순순히 있는 것을 보자 조금 경계를 늦추더니 몇 번이고 차를 멈추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뭐라고 중국말로 얘기하는 것이었다. 몇 번 그러더니 이번에는 한 사람이 다가와 조선말로 말했다.

“너, 강 건너 왔지? 중국에 오니까 어때… 여기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

“우리 말 잘 들으면 좋은 사람한테 시집 보내줄 수 있어”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저 이 사람들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만 했다.

이들은 중국으로 넘어오는 조선여자들을 납치해서 중국 사람들에게 팔아넘기는 인신 매매단 이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이들을 따라 중국 내륙 깊숙이 있는 하북성의 한 산골짜기 농부에게 중국 돈 2만원에 팔려가게 되었다. 가는 도중에 나는 19살 정도 나이인 또 다른 조선 처녀애와 함께 가게 되었는데 그는 벌써 두 번 째 팔려가는 길이었다. 나보다 일찍 중국에 넘어온 그는 이름이 설송이였는데 중국정세를 소상히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은 원래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서 적은데다가 여성들의 도시진출로 인해 농촌에는 장가못간 남자들이 많았다. 더욱이 장애인이나 돈이 없으면 장가갈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중국 동북 3성에서 매매단이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조선 여자들을 돼지 한 마리, 두 마리 이렇게 은어로 부르면서 나이에 따라서 값을 매기는데 그 값은 중국 돈 3천원(약 50달러)에서 2만원(300달러)이었다.

하지만 내가 더욱 놀랐던 것은 조선 여자들이 자진해서 팔려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팔려갈지언정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조선 땅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으며 그저 좋은 사람 만나면 다행이지만 못 만나도 그저 그렇게 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들한테 가장 무서운 것은 공안들이 와서 다시 잡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다. 돈이 좀 있는 집은 벌금을 내고 나오기도 하지만 못낸 사람은 결국 잡혀서 북송 당하는데 북한 감옥에서 나오면 다시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이 팔려온 집을 찾아온다.

하지만 중국 땅에서 여자들은 좀 나은 처지다. 사려는 사람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어느 깊은 산골에서 숨어서 있거나, 일할 수 있더라도 제대로 돈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어떤 중국 사람들은 일을 시키면서도 먹여주기만 하면 그만이지 웬 월급이냐고 말하면서 말 안 들으면 공안에 일러바치겠다고 위협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송이는 나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모르고 있었냐며 벌써 이렇게 된지 몇 년이나 됐다고 했다.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노래하며 배우고 자랐는데 결국 이렇게 떠날 수 밖에 없었단 말인가?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이 이끄는 위대한 나라의 인민인 나는 이웃나라 중국에 몇 백달러에 팔려가야 하는 사람 아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장소연/한국외국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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