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남한, 1만5천여 명의 탈북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아는가?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1990년대부터 이 나라 한반도 남쪽에는 만오천여 명이나 되는 탈북자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과 몽골 동남아 등 제 3국에서 시시각각으로 신변의 위협을 받으면서 자유를 찾아 헤메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10%도 안 되는 행운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중국과 몽골의 사막, 베트남의 악어강을 비롯한 대륙을 맨발로 넘었다. 그들 중의 60% 이상은 여성들이며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대한민국으로 오는 과정의 그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다.

나의 이야기가 고통을 겪은 수많은 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그 사연들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인 수많은 북한 사람들의 수난의 삶, 더욱이 가슴 아픈 것은 그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들보다 이 한국 땅에 먼저 온 사람으로서 먼저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늘 간직되어 있다.  부디 우리민족의 이 비극이 하루속히 끝나게 해주시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린다.

아버지의 생일

왜 하필 그날로 딱 잡혔는지 모르겠다. 음력설이 끝나고 바로 떠난다고 하였는데 함께 가는 형일이 아버지가 얼음이 바로 풀리면 강 건너기 좋다고 시일을 늦추었다. 600원을 주고 국경증명서도 어머니와 나 두 사람 이름으로 했다.

집에 있던 좀 값나가는 물건을 팔려고 해도 도무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건을 떠서 팔아 모은 돈이 2000원 있어서 국경을 넘을 때 경비대원에게 줄 돈으로 마련했다. 준비가 대충 끝나자 계획했던 날짜가 다가 왔다.

그날은 바로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우리는 아버지의 생일을 즐겁게 지낼 식량도 마음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오직 살길을 마련하는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아버지가 군 복무 할 때에 아버지의 생일은 우리 집의 가장 큰 명절이었다. 원래 음식솜씨가 좋은 어머니는 그날에만은 일 년 내내 숨겨두었던 갖가지 반찬거리를 꺼내 정말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가까운 이웃을 청해 생일을 즐겁게 지냈다.  그렇지만 그것이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고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아버지의 생일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지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바로 그날이 내가 영영 아버지와 이별하는 날이었다는 것이다.

그날이 바로 1999년 4월 3일, 결국 내가 북한을 영영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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