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낌없이 바치는 신앙 /  달려갈 길을 다가고

그녀가 중병에 들고 신장암이라는 병명이 밝혀지자 성도들은 안타까움에 눈물바람이 났다. 교회의 어른으로서 지혜로운 조언과 격려로 많은 이들에게 힘을 북돋워주어 성도들 간에 구심점이 되어왔던 그녀였기에 모두가 애석해하며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태연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마치 아주 오랜만에 휴식이라도 취하는 것처럼. 그녀는 오히려 성도들을 위로했다. “일할 수 없는 날이 쉬 온답니다. 즐겁게 일하세요. 할 만할 때 주님께 충성들 하시고요.”

바울사도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 역시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딤후4:7~8) 라는 믿음으로 의연히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10여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는 아직 할 일이 많던 그녀였다. 그 때 그는 ‘히스기야’처럼 부르짖으며 하나님께 목숨을 연장해줄 것을 구했었다. 아직 든든치 못한 큰아들의 목회사역을 위해 매달려 기도해야만 할 제목들이 무궁무진한데다 고시공부를 하느라고 휴학을 거듭하는 작은 아들은 아직도 공부 중에 있는 대학생에 불과해서 어미로서 감당해야할 몫이 절실했던 때문이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은 그때 그녀의 청하는 바를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흠집도 없이 병을 낫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힘쓰는 노고(勞苦)를 접게 하심으로 목회하는 아들과 협력하여 더욱 하나님 일에 정진하는 기틀을 마련해주셨던 것이었다. 그녀는 허락해주신 여분의 생명이 헛되지 않도록 힘을 다해 주를 섬기는 일에 충성하였다. 이제 그녀는 남은 생에 더 이상의 여한이 있을 게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최선의 길을 예비해놓고 인도해주셨기 때문에 이제금 쇠한 육신을 땅에 누이게 하심도 자유로운 영(靈)으로 신령(神靈)한 천국에 이르게 하려는 최상의 은혜라 믿어져 그녀는 오직 감사할 뿐이었다.

죽음을 앞둔 무렵에 정신이 가뭇가뭇한 엄마를 붙들고 그 딸이 “엄마 어떡해. 엄마 제발 죽지 말아요. 엄마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 ”하며 흐느껴 울었더니 반짝 정신이 들어서는 “얘야, 어떡하긴..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거라. 하나님이 다 책임져 주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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