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출처 : 나무위키)

“모든 사람이 유토피아 꿈꾸지만, 이상과 현실은 늘 달라”

‘이상한 사건, 혹은 아케이드에서의 돌발적인 사건’이라는 부제로 저술된 이 책은 이반 마뜨베이치라는 평범한 관리가 전시장에서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더구나 실화라니 더 관심 두게 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답답한 심정을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 놀라운 사건은 곧 기이한 사건으로 변하게 된다.

희생자의 아내는 악어 배를 갈라서 남편을 꺼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악어 주인의 반응은 당황스러웠다. 미안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반이 악어를 약 올려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희생된 이반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악어를 걱정하고 있다. 그렇게 악어 주인과 이반의 아내가 옥신각신하는 중, 악어 배 속에서 이반 소리가 들린다. 악어가 삼켜버린 관리는 죽은 게 아니라 악어 배 속에 자리 잡은 삶에 금세 익숙해지고 심지어 만족스러워한다. 심지어 그 만족을 더불어 누리려는 듯 아내와 친구를 초대하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악어 주인은 돈 벌 궁리만 한다. 이반은 악어 배 속에서 전 인류의 운명을 개선할 수 있는 완벽한 사회체계를 구성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자신이 진리에 다가가고 있음이 명확하다고 확신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악어 배 속은 폐쇄된 감옥이다. 인간 세상에서 자유가 박탈되었을 때 그 상황은 악어 배 속처럼 캄캄한 암흑의 세계이다. 모든 사람이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이상과 현실은 늘 다르다. 실제 우리 현실과 꿈속 세상은 괴리될 수밖에 없다. 1865년, 급진주의자들의 이념에서 그들이 고안해 내는 유토피아 세계는 악어 배 속처럼 폐쇄된 공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은유인 셈이다.

이반의 사건이 신문에 실리자 사람들은 제멋대로의 해석해 낸다. 각기 해석으로 급진주의자들, 사회주의자들의 행동이나 이념이 우스꽝스럽게 회자 된다. 과거 전통과 유대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저자는 체르니셰프스끼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나오는 네 번째 꿈 ‘수정궁’을 악어 배 속으로 희화한 것이다. 이반은 악어 배 속에서 인류의 완벽한 천국을 이해하게 되고, 인류의 운명을 바꿀 가능성을 얻게 된다고 믿고 있다.

‘악어’는 ‘지하로 부터의 수기’가 발표된 다음 해에 발표된 소극이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급진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어릴 적 나는 침대 안이 너무 좋아서 잠이 들고 나면 눈이 떠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를 닮아서일까? 막둥이가 한동안 ‘침대 밖은 위험해’라고 말하듯이 방에서 나오지 않고, 트위치 파트너 스트리머로 개인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밥을 방으로 가져다주어도 잘 먹지도 않고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아서 걱정했다. 그러나 그 이력으로 소위 대기업 ‘네이버 사’와 ‘아모레 화장품 사’ 에 채용되었다. 벌써 7년이 지났고 대학원 졸업 후 더 큰 꿈을 꾸며 새로운 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악어 배 속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거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악몽 같은 이야기’를 겪은 후 트라우마로 사람 만나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어릴 적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서 자신만의 동굴에 침잠하는 사람도 있다.

작년 연말에 일가족 살인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다. 사건 중심에 서 있었던 청년은 그 충격으로 장장 6개월 동안 외부와 문 닫고 살았다. 다행히 지금은 악어 배 속 같은 자기 감옥에서 벗어났고 작은 디저트 카페를 열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청년을 위한 가족과 주변의 기도가 그를 세상 밖으로 불러내는 촉진제였다. 물론 다정한 사람들의 다감한 접촉도 한몫했다.

겨울 견디고 새봄 되어 마른 가지를 싹 틔워 꽃을 보여 주는 나무들을 보며 소담한 미소를 짓는다. 물오른 텃밭에 꽃씨를 뿌리고 싹 돋는 생기를 보느라 즐겁다. 지천으로 흐드러진 모종들도 사다 심고 꽃 피기를 기다리는 설렘도 행복의 편린이다. 연초록 잎새들이 녹음으로 짙어가는 모습은 아이들 자라는 왕성한 형용이다. 고민도, 어려움도 어찌 없으랴. 그래도 푸른 시절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도록 지원해야겠다. 절대적 기준은 없으니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끌어안고 마음껏 초여름 같은 청춘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악어 주인에게 악어의 가치는 경제적 단위겠지만 내 인생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나를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은 사랑이라는 사실을 절절히 체험한다. 따라서 내게 악어 배 속같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져도 버텨 낼 뿐 아니라 마침내 이겨낼 응원자 되어 주실 줄 믿는다.

바야흐로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죄와 벌”을 만나자.

도스토옙스키, ‘악어’ , 박혜경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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