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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수필 / 해 뜨면 저무는 별!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4.04.11 22:08
  • 호수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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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목사(전주 온빛교회)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이며, 태양과 달에 이어서 세 번째로 밝은 별인 ‘금성(金星)’을 가리키는 단어가 여럿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금성을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 하여 미(美)의 여신인 ‘비너스(Venus)’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사탄’이란 뜻의 라틴어 ‘루시퍼(Lucifer)’가 금성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금성은 또 별들 가운데 가장 먼저 떠서, 가장 늦게까지 하늘을 밝혀주는 별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일부 국가에서는 초저녁에 뜨는 금성을 보고서 ‘저녁별(Evening Star)’이라 불렀고, 다른 이들은 가장 늦은 아침 시간까지 떠 있는 금성을 보고는 ‘아침별(Morning Star)’이라고 불렀습니다.

동양의 중국인들은 주로 아침 늦게까지 떠 있는 모습을 보고서 ‘신성(晨星)’이라 이름 붙였고, 새벽을 깨우는 별이라는 뜻으로 ‘효성(曉星)’이라고 호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샛별’이 금성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동쪽을 뜻하는 우리말 ‘새’와, ‘별’이란 말이 합해져서 “동쪽에서 뜨는 별”인 금성을 가리켜 ‘샛별’이라 부른 거지요. 동쪽에서 부는 바람을 ‘샛바람’, 또는 ‘동풍’이라 불렀던 것과 같은 용례입니다.

‘개밥바라기’란 말은 초저녁에 떠오른 금성을 부르는 순우리말입니다. 온종일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던 개들이 해가 뉘엿뉘엿 산마루를 넘어갈 무렵에야 집에 돌아가 주인이 주는 밥을 바라고 있을 때 떠오르는 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또 우리 선조들은 닭의 울음소리가 새벽을 열어주듯이 금성의 빛이 아침을 열어준다고 하여 “계명성(啓明星)”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밤의 어둠을 밝혀주는 하나님의 네온사인인 별의 이름이 다양하듯, 그 역할 또한 여러 가지입니다. 방향을 상실한 여행길의 나그네에게는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불면의 밤을 지나는 이들에게는 다정한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바라보는 문학도에게는 시가 되고 어머니가 되어주기도 하지요. 늘상 별을 노래하는 천문학자들에게는 우주의 질서와 규칙에 대한 통찰력을 주기도 하고, 미래학자들에게는 유토피아의 대상이 됩니다. 통찰적인 지성이 빈약한 종교인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꿈의 원천이 됩니다.

이렇듯 다양한 이름과 여러 가지 역할에도 불구하고 별은 떠오르는 태양에 등 떠밀려 시야에서 사라지고야 마는 슬픈(?) 운명을 안고 있습니다. 하여, 별의 퇴장은 태양의 등장으로 결정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해 뜨면 저무는 별이 되는 게지요.

이번 4.10 총선을 통해서 새로운 이들이 떠오르는가 하면, 소리 없이 사라지게 되는 이들도 있겠습니다. 모두가 ‘기라성(綺羅星)’이 되지 못하고, 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당선자이든, 낙선자이든, 신앙인이라면 누구든지 이 한 가지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모두가 별이다.”

언젠가는 한 번쯤은 빛을 내고, 또 사라지기 때문에 별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별의 이름이 다양하고 그 역할이 여러 가지일지라도 태양이 떠오르면 조용히 사라져야만 하는 것처럼, 모두가 어김없이 별의 길을 걸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별이이만, 태양은 아닙니다. 다만 언제든 조용히 사라질 운명이라도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빛을 발할 때, 그 빛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은 밝고도 따뜻해질 것입니다. 여기에 별의 존재 이유와 의미가 있겠지요.

“의의 태양”이신 예수님이 오시면 우리의 빛은 그분 앞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아니, 사라져야 마땅합니다. 해 뜨면 별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를 온몸으로 밝혀왔던 그 빛의 아우라는 예수님의 가슴 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해 뜨면 저무는 별”이라는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기억하며, 내 삶의 자리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가장 찬란한 빛을 발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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