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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김현희 작가 / 문학 작품 분석도스또예프스끼의 ‘스쩨빤찌꼬보 마을 사람들: 무명의 기록으로부터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4.04.11 21:58
  • 호수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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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도스또예프스키가 뻬뜨라셰프스키 사건으로 투옥과 유형으로 근 10년간의 세상과 단절된 고통의 시간을 시베리아 유형으로 마치고 돌아온 1859년에 출간되었다. 저자의 재기를 위한 작품이니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으리라 생각한다. 더 농익은 후반기 저술들이 나오기 전인 까닭이기도 하지만 그도 이 작품을 가장 훌륭하게 평가한다.

작가의 창작 의도는 ‘두 거대한 전형적 성격의 형상화’이다. ‘포마 오삐스낀’과 ‘로스따네프 아저씨’로 대표되는 두 성격을 묘사하는 기록형식이다. 작품의 완성도는 미흡하지만, 후에 발표되는 “백치”에서는 그가 형상화하고자 했던 인간의 문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는 극중 인물들 간의 상호관계를 더 구체화 하고 있다.

저자는 현실 삶의 비극적인 면이라도 그 정서적 색채를 희극으로 급격 변화시키면서 작품 속으로 도입한다. 이 소설은 겨우 이틀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극적인 사건의 전개다. 약간만 손질하면 희극으로 쓸 수 있다. 도스또예프스끼적 시학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주인공인 나의 아저씨 ‘로스따네프 대령’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관대함을 통해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묘사된다. 반면 다른 등장인물들은 일상을 일탈하는 비정상적인 형상이다.

카니발 기간에는 일상생활에서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하듯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바보스럽고 미치광이 같다. 당연 그들이 짓는 일상은 비정상적이고 우스꽝스럽다.

저자는 뻬뜨라쉡스키 비밀모임에 참여하며 러시아 정교회와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을 낭독한 혐의로 사형 선고받는다. 사형 집행 순간, 미리 짜인 각본대로 황제 니꼴라이 1세의 명령으로 사형 대신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진다. 그 유형지에서 죽음과 같은 시간 4년을 보낸 후 쓴 작품이어서 더 희극적이고, 카니발적인 요소가 부각 된 것으로 본다.

도스또예프스키가 첫 소설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천재라는 찬사로 등단한 나이가 24세였고, 사형선고는 28세에 받는다. 드라마틱하다. 후반기에도 두 차례 결혼, 도박중독 등의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1881년 6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 그의 발자취를 따르는 “매핑도스또예프스키” 라며 대문호로 기리고 있으니 그의 삶 자체가 카니발 같지 않은가.

작품 속 인물, 나의 아저씨 ‘예고르 일리치 로스따네프 대령’은 작품 속 화자이면서 대령의 조카인 세료자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것에 만족하고, 모든 것에 익숙해하는 사람이다. 그보다 더 온순하고, 쉽게 다른 사람의 말에 찬성해 주는 사람은 흔치 않다. 심지어 정신병원 환자들에게까지 오래 참아낼 만큼 온유한 사람이다. 게다가 둘째딸 일류샤를 출산하다 죽은 아내만을 사랑했던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반면 모친 끄라호뜨끼나는 뒤늦게 재가하여 장군부인이라 불리는 걸 좋아하고 자기 원하는 바를 위해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는 이기주의자다. 둘다 극단의 인성이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일반 모성(母性)과 달리 위의 모자는 아들이 엄마의 이기적인 요구를 다 들어주고 그 엄마의 불청객 같은 식객들에게 까지 헌신적이다.

포마 포미치(오삐스낀)는 악한(惡漢)에 신경질쟁이, 기만자이며 미진치꼬프의 표현으로 비현실적인 사람이며 기질상은 시인이나 마찬가지라 했다. 자기 정체성도 모르는 위선자로 기형적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다. 그는 어릿광대에서 한 집안을 지배하는 ‘왕’이 된다. 그 외에도 그를 숭배하는 ‘변덕스럽고 나이 들어 망령이 난 바보 할망구’ 장군부인 끄라호뜨끼나는 예고르의 어머니다. 낭만적 사랑에 미친 여자 35세 정도의 따찌야나 이바노브나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노처녀고 괴짜 뚱보지주 바흐체예프, 바보라고 생각될 정도의 꼬마린스끼 춤의 댄서 팔랄래이는 예고르의 하인으로 잘생긴 소년이다.

자신의 성을 고상하다고 생각되는 이름으로 바꾸어 불러달라는 예고르의 하인 비도쁠라소프, 교활한 익살꾼이자 광대를 자처하는 예제비낀은 가정교사 나스젠까의 아버지이고 예브그라프 라리오니치는 전직문관이다. 돈 많은 신붓감을 갈구하는 진보적인 바보 26세 가량의 젊은이 오브노스낀, 50세 가량의 오브노스낀의 모친 안피사 뻬뜨로브나, 음모적 계획을 가지고 있는 파산자 28세 가량의 독살스런 미소의 미진치꼬프는 예고르의 친척이다. 과학자라 불리는 술주정뱅이 현자 꼬로프낀, 예고르의 딸 사샤는 어릴적 엄마를 여의고 아빠의 양육으로 자라난 15세 소녀이다. 예고르의 아들 일류샤, 예고르의 조카이며 이 작품의 나, 쁘라스꼬비야 일리니츠나(예고르의 누이), 뻬레뻴리찌나:안나 닐로브나(장군부인의 수행원), 가브릴라:이그나찌치(예고르의 시종) 등이 작품 속 인물들이다.

이 군상들을 보노라면 정신병원에 있는 느낌이다. 노아의 방주처럼 가족 이외에도 그 어머니의 식객 무리들과 몇 마리의 발바리, 스피츠, 중국 고양이 등이 모여 산다.

끄라호뜨끼 장군은 자신의 노후에 자신을 돌봐 줄 간호사를 필요로 했다. 장군은 예고르의 어머니와 사는 동안 아내인 그녀를 존중하지 않았고, 적당한 구실을 찾아 비웃곤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왜 이런 빵 굽는 여자와 결혼하였을꼬?’라고 묻곤 했는데, 반박하는 사람은 없다. 재산 한 푼 없는 장군은 여생 25년을 부인의 아들 예고르에 의탁해 살면서도 고마움을 모를 뿐 아니라 수시로 불효자로 몰아붙였다. 죽기 전 10년은 걷지 못하고, 시력도 약해져서 책을 대신 읽어주는 사람으로 포마 포비치를 고용했다. 모든 일의 실패자였던 포마 포비치는 결국 낭송하는 사람이자 수난자로서 장군의 집에 식객으로 어릿광대가 되어 갖은 수난을 겪는다. 한편로 장군 부인 거처에는 신비스러운 존경을 받으며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장군이 죽은 후,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의 가엾은 아저씨에 대한 포마 포비치의 비인간적이고도 전제적인 영향력은 이때가 시작이다. 장군 장례식 후 두 주간, 스스로 모욕당했다고 아들 예고르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며 순종하지 않는 아들이라고 헐뜯고 비난하였으며, 절망의 상태까지 몰고 갔던 장군부인과 아들과의 협상 중개자 역할을 해 냄으로 자기 어릿광대 역할을 끝내고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 하듯 귀인으로 등극을 도모한다.

소설 속의 나 세료쟈(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세르주)는 예고르의 조카가 아저씨를 만나러 오는 길에 스쩨빤치꼬보까지 10베르스따(10.0668km) 거리의 작은 마을에서 부서진 마차 바퀴를 고치러 대장간에 들렀다가 뚱뚱한 신사(바흐체예프)가 하인들에게 하는 잡담을 통해 그가 지금 나의 아저씨 집에서 떠나온 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황당한 상황이었다. 스쩨빤치꼬보 마을에 들어서는 바로 그 순간 나의 낭만적인 공상이 기괴하고, 바보스러운 것처럼 느껴졌고, 아저씨와 만나는 기쁨도 잠시, 대화를 할수록 아저씨가 자신을 허수아비라고 표현하는 기괴한 두려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예고르 아저씨집의 사람들 대부분 하나같이 무위도식하며 아저씨에게 신세를 지면서도 아저씨를 모욕하고 무시한다. 지금까지 포마 포미치의 대해 소문을 과장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기 집 식객들에게 노예처럼 구는 아저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 이해의 정점에서 그 비굴함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대함이라는 숨겨진 힘의 발로라는 걸 곧 알아챘다.

포마가 아저씨가 사랑하는 나스쩬까를 모욕하는 말을 하자마자 아저씨가 그의 어깨를 붙잡아 방에서 정원으로 향하는 유리문에다 던져버렸다. “저놈을 마차에 태워, 1분 이내에 저놈의 냄새가 스쩨빤치꼬보 마을에서 사라지도록 해버려!” 포마 포미치에게도 전여 뜻 밖의 일이었다. 마침 천둥 번개와 비바람에 놀란 말이 도랑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포마를 태운 마차가 뒤집혀 도랑에 빠진 그가 홀로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다가 고립되어 있음을 깨닫고 덜컥 겁이 난 그는 방향을 돌려 마을을 향해 달렸다. 마차가 뒤집혔다는 소식을 들은 아저씨가 포마를 데리러 출발한 지 10분도 안 되어 데려올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해할 수 없는 포마 포미치의 심경변화가 모두의 행복을 만들어 낸다.

“당신들 두 사람을 결합시키며 축복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만일 슬픔에 사로잡힌 수난자의 축복이 당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두 분에게 행복이 있기를, 이게 포마 오삐스낀의 복수요! 만세!” 모두가 벅찬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직 힘겨운 외침만이 간간이 터져 나왔다. 이 모든 일이 포마 포미치가 해낸 것이었다. 포마의 승리는 완벽하고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이제 포마 포미치가 영원히 이 집을 지배할 것이며, 그의 횡포가 끝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에고르 일리치와 나스쩬까는 서로서로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자신들의 행복을 두려워할 지경이었다.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선물이라고.

나스쩬까는 포마가 두사람을 결합시켜 주었을 때, 그를 완전히 용서해 주었다. 아마도 수난자이자 과거에 어릿광대였던 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그의 마음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는 아저씨의 생각에 공감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가난했던 나스쩬까 자신이 학대받은 사람들 중 하나였고 자신도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이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포마도 그 옆에 누운 이후, 사셴까는 오래전에 시집 가고 일류샤는 모스크바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아저씨와 나스쩬까 둘만 오붓하게 살게 되었는데, 서로에 대해 싫증을 내는 법이 없었다. 서로에 대한 걱정이 지나쳐 병이 될 지경이었다. 나스짜는 끊임없이 기도한다.

따찌야나야 이바노브나는 죽기전 아주 현명한 유언을 남겨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나스쩬까에게 주는 3만루블을 제외한 30만 루블에 이르는 전 재산을, 가난한 고아들의 양육과 그들이 이후 학교를 졸업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상여금으로 사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녀가 죽던 해에 뻬레뻴리찌나도 시집을 갔다. 전처의 아이가 6명이 있는 미시노의 관리 출신의 지주가 홀아비가 되어 뻬레뻴리찌나에게 청혼을 하고 곧 결혼을 했는데, 이들은 서로가 돈을 보고 결혼한 관계라 그런지, 좋지 못한 성품 때문인지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 쥐어뜯으며 살고 있다. 남편에게는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며, 자신이 중령의 딸이라며 욕지거리를 해대곤 한다.

미진치코프는 농업 경영에 공부를 시작했다. 아저씨가 부유한 백작지주에게 그를 추천했는데 백작에게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후에 자기 영지를 소유한 지주가 되었다. 가브릴라는 매우 늙었고, 팔랄레이는 훌륭한 마부가 되었다. 가엾은 비도쁠랴소프는 오래전에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작품의 주인공 면면을 살피면서 내 주위 사람들의 이상한 점을 살피기도 했다. 우리 사는 공동체는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과 닮은 점들을 흔히 보게 된다. 다른 누구보다 나의 역할은 극중의 누구 역할일지 섬세한 관찰로 돌아본다.

도스또예프스끼, 『스쩨빤찌꼬보 마을 사람들: 무명의 기록으로부터』, 변현태 역, 도서출판 이름.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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