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 목사(서울강남지방회장, 다음교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안드레는 그물 던지는 현장에서, 야고보와 요한은 그물 깁는 자리에서 부름을 받았습니다. 성경 곳곳에서 하나님이 사역자를 부르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애굽기 3장에서 모세를 양 떼를 치는 현장에서 부르셨습니다.

출애굽기 3:3 “모세가 그의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양 떼를 치더니 그때를 광야 서쪽으로 인도하여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매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 엘리사를 부르시는 장면에도 이와 같습니다.

열왕기상 19:19 “엘리야가 거기서 떠나 사밧의 아들 엘리사를 만나니 그가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가는데” 공식적인 예배 자리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부르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상이 진짜 삶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삶의 자리 한복판에서 우리를 만나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일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나님은 바로 거기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하나님을 만날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상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중요한 준비 중에 하나는 들을 준비입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에서 시작됩니다.

엘리야 선지자는 450명의 바알 선지자, 400명의 아세라 선지자와의 능력대결에서 승리했음에도 갑작스러운 침체에 빠졌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호렙산으로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강한 바람이나 지진이나 불이 아니라 세미한 소리로 등장하셨습니다. 엘리야는 소리로 찾아오신 하나님을 만나서 회복되었습니다. 반면에 북이스라엘은 소리를 듣지 못해서 망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수없이 경고하며 말씀하셨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듣지 못했습니다. 왜 듣지 못했을까요? 자기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망하기 직전, 거의 모든 선지자들이 하나님 음성을 전하는데 동원되었습니다. 요나, 아모스, 이사야, 호세아, 나훔, 미가, 예레미야, 에스겔... 그토록 많은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주었음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듣지 못했습니다. 자기 소리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자기 경험과 신념, 가치관 등 내면의 소리가 가득 찼습니다. 외부를 둘러싼 삶의 환경 자체가 함성을 지르며 그들의 귀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소리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생각과 판단과 음성들은 모두 자기 소리입니다. 교회에 있을 때 대부분 예수님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합니다. 예배, 소그룹 활동 등 예수님을 염두에 둔 말들입니다. 그러나 삶으로 돌아가서는 예수님과 무관한 일상과 만납니다. 직장에서 믿지 않는 사람들과 만납니다. 보통의 가정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저녁에 돌아와 정신없이 쓰러져 잡니다. 부부간의 문제들, 자녀 양육에 관한 원칙들도 예수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계산에 두지 않은 생각과 판단은 곧 자기 소리를 부릅니다. 우리 주변에는 교회와 세상을 오가며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몇 명의 미국 목사님들이 미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대담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대담 중에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다소 충격적인 대화가 오갔습니다. 1940년대 미국교회에서 거듭난 그리스도인의 비율이 전체 그리스도인들의 2%도 안 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복음주의 목사님들이 염려했었습니다. 폴 워셔 목사라는 유명한 설교가는 단 5% 정도만이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는 사람의 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익함이 있습니다. 인생의 결승점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그중 하나입니다. 결승점이 보이면 과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듭니다. 비로소 목적지에 집중하게 됩니다. 거기에 계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 그리고 나의 삶의 통치자 예수 그리스도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힘써야 할 일은 인생의 결승점에 계시는 예수님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염두에 두는 순간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가치관이 새로워집니다.

오늘도 제자들을 부르시듯 하나님께서 일상에서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예수님을 염두에 두고 잘 듣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셔서 오늘 함께 하시는 영광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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