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궁 목사(D.Min., 많은샘교회 담임, 미국 루터신대(LTSP)

네로는 불행히도 아버지로부터 모친이 외도하여 낳은 자녀라고 의심받습니다. 그 가운데 네로는 모친의 집요한 노력으로 54년 황제가 됩니다. 하지만 네로는 음률시인의 꿈을 꿉니다. 당시 음률시인은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입니다. 즉, 가수 아이돌을 원한 것입니다. 그래서 황제가 되고나서 네로는 예술 활동을 장려하며 문화 축제를 개최합니다.

수에토니우스나 타키투스는 이런 네로를 가수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합니다. 그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네로는 갈라지는 목소리에 고음을 내지 못합니다. 외모도 허약한 인상입니다. 그래도 가수로 데뷔하고 싶어 극장을 빌려 단독콘서트를 열기도 합니다. 관중도 많았는데 관중은 그의 친위대인 경호부대입니다. 원로원은 이러한 모습을 황제답지 못하다고 여깁니다.

즉위 첫 5년간은 네로의 황금기로 근위대장 브루스와 스승 세네카의 보필을 받습니다. 그는 원로원을 존중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생을 돌봅니다. 그러나 이후 네로의 잘못된 행보가 이어지며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그를 더욱 회의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64년 7월 18일, 로마화재가 발생합니다. 시장의 기름 창고에서 우연히 일어난 작은 화재가 강풍을 타고 6일 동안 로마 대부분 지역으로 번집니다. 휴가 중이던 네로는 화재 소식을 듣고 로마에 돌아옵니다. 이재민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등 참사 수습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민심은 진정되지 않습니다. 헛소문까지 돕니다. 네로가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불을 질렀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불을 보며 노래했다고도 합니다. 이제 네로는 수습책으로 기독교에 책임을 돌립니다. 이후로 네로는 광기어린 폭군이자 박해자로 평가받습니다.

반면 순교자 폴리캅은 서머나에서 열두 번째로 순교한 인물입니다. 서머나에 박해가 시작되고 교인들이 잡혀갑니다. 그 와중에 감독인 폴리캅도 수배됩니다. 그때 폴리캅은 교인들이 피할 것을 권유하지만 하나님의 뜻에만 따르겠노라고 합니다. 그렇게 피하지 않는 모습이 순교자의 첫 덕목입니다.

폴리캅은 체포되고 회유당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지지만 주님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어서 집정관은 그를 원형경기장 안으로 데리고 갑니다. 경기장에서 그리스도를 부인하라고 거듭 회유합니다. 이에 폴리캅은 ‘그가 나를 86년 동안 저버린 적이 없거늘 내가 어찌 그를 배반하리요.’라고 합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전도합니다. 그를 맹수에게 던지겠다고 협박해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에 그를 화형에 처하게 됩니다. 그래도 폴리캅은 은혜로 충만하고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신앙고백의 증언과 담대한 모습이 순교자의 또 다른 덕목입니다.

잡히기 전, 그가 기도 중에 자신의 베개가 불에 휩싸인 환상을 보고, 교인들에게 자신이 산채로 불에 타 죽게 될 것이라 예언한 것이 이제 실현됩니다. 사람들은 화형 준비를 하고 폴리캅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 고정시키려 하자, 그는 “나를 그대로 두시오. 불길을 견디도록 그분께서 내게 힘을 주실 것입니다.” 말합니다.

그래서 폴리캅을 그냥 묶어만 놓습니다. 폴리캅이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고 나자 화형이 집행됩니다. 그런데 강풍이 불고 불꽃이 아치 모양을 그립니다. 마치 오븐처럼 말입니다. 폴리캅은 용광로의 금이나 은처럼 보이고 주위에는 몰약같은 향기로운 냄새가 넘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시 폴리캅을 칼로 찌릅니다. 이번에는 그의 피가 쏟아져 불이 꺼질 지경이 됩니다. 이것을 목격한 자들이 믿는 자는 다르다고 인정하게 됩니다.

순교자는 자기 자리에서 그대로 있다 잡힙니다. 설령 잡힐 것을 알아도 저항하거나 도망치지 않습니다. 어떤 위협이 와도 신앙고백이 한결같습니다. 믿음을 증언합니다. 담대히 순교를 받아드리며 기도하는 자가 순교자입니다. 이런 순교자의 믿음 위에 교회는 세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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