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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172)클로이 쿠퍼 존스의 easy beauty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4.02.21 19:34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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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현대인들은 다양한 변주로 해석해 낸다. 성실이 무슨 가치야, 없는 사람들의 위로지. 교훈? 교훈은 없어 인생은 케바케야. 토끼는 금수저지, 그러니까 낮잠을 자거나 편히 쉬어도 돼. 지는 것? 져도 괜찮아. 배경이 있잖아. 거북이가 열심히 갔는데 목적지에는 아무도 없다. 혼자 열심히 삽질한 것이다. 거북이가 갈 때 토끼가 잠을 자고 있었으니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깨어서 같이 가야지. 물론 깨우지 않아서 비난받을 일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작부터 문제를 품고 있기는 하다.

결국 무수한 다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름을 쉽게 이야기하고, 너그럽게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다름에 사람들은 거의 다 모두 그리고 나조차도 냉혹하다. <이지뷰티easy beauty>는 그런 나를 직시하게 한다. 

작가 클로이 쿠퍼 존스는 장애인이다. “나는 진짜가 아니었다. 그냥 골목길의 이상한 물체였다.”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뼈인 천골(엉치뼈)이 없어 그녀는 난쟁이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클로이는 그 다름으로 인해 <배제의 도끼>에 노출되고 무시로 사방에서 도끼질을 당한다. 그래서 그녀가 택한 삶의 방법이 있다. 우선 오랜 기다림. 자신의 장애가 타자에게 무뎌질 만큼 오랜 시간을 인내한다는 것. “나는 거리를 두고 존재하는 것, 나의 중심에 홀로 존재하는 것이 나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클로이는 <중립의 방>을 만든다. 어둡지만 고요한 방, 고독하지만 그들보다 우월한 방. 거리를 두고 존재하는 것, 육체로부터 정신을 분리하기 즉 경험을 추상화해서 이론으로 만들며 우월감을 느끼는 일은 작가에게 익숙한 방어기제였다. 그녀는 삶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철학을 찾아간다. 그래서 철학 교수가 된다.

자신이 지닌 지성 기술 유머 선행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추함을 완화하는 방편으로 여기던 것, 아름다움은 외적 속성들의 집합이 아니라 깊이 사색하는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흉의 이론을 선호한다. 

세상에 섞이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나를 더 훌륭하고 더 현명한 철학자로 만들어 주고, 내 영혼은 금으로, 다른 사람들의 영혼은 철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이론들은 우월의식을 내포하고 있었고, 내가 그 우월의식을 받아들이고 나니 나는 더 이상 아래로 추락하지 않고 높이 떠 있을 수 있었다. 삐딱한 태도는 절망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가 됐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세상과 거리를 두고 존재해야 한다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쪽이 낫겠지.’

이런 미적 감각 위에 대중가요 같은 것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던 그녀가 비욘세의 콘서트에 가게 된다. 비욘세가 노래할 때 함께 하는 인간의 바다는 그녀와 함께하는 하나의 유기체 현재의 절대성을 보여주며 지금 여기의 상태로 진입하게 했다. 그녀는 이지뷰티의 몰입,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닫는다. 일몰의 호숫가에서 흔하디흔한 야자나무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거부했던 것은 자신이 그런 아름다움에서 배제됐기 때문이 아닐지, 깨닫는 대목도 눈부셨다. 

일종의 자서전일 수도 있고 회고록일 수도 있는 글이며 불편한 몸으로 홀로 하는 놀라운 여행기일 수도 있다. 철학 교수면서도 테니스 경기를 취재하는 잡지사 기자로도 활동하고 영화제 기사도 쓴다. 다양한 변주 속에 예술에 대한 비평과 미학, 철학이 자리하며 놀라운 통찰력으로 자신과 타자를 보게 한다. 

그녀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방어기제로 자신의 삶을 이루어 왔지만 결국 그 방어기제를 몸과 정신으로 깨뜨리며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전진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내가 지닌 수많은 배제의 도끼도 절감했다. 장애우들에게 겉으로는 아니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두운 눈망울로 판단하는, 장애만이 아니었다. 약자를 향한 턱없는 연민도 배제의 도끼라는 것을 선명하게 깨달았다. 

그녀의 빛나는 삶으로 내 삶을 살펴보게 하는 책!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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