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목사(기성 임마누엘교회)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신 목적이 있다면 오직 한 가지입니다. 우리와 교제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내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제자들에게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주셨는데 “너희는 내 안에 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도 바울도 고린도 교인들을 향해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이 우리와 교제하기 위함임을 상기시켰습니다(고전 1:9). 이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 하게 하신 이유입니다. 그들과 함께 거하시기 위함(히브리어로 레샤크니, 출 29:46)이었습니다. 심지어 이스라엘 백성과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으시는 일을 마치시자마자 그들에게 ‘성막’을 제작하도록 하셨는데 이는 거룩하신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거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성막’을 히브리어로 ‘미슈칸’(출 26:1)으로 명칭하신 것을 보면 ‘성막’이란 ‘하나님이 거하심’으로 여겨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는 두 용어 모두 어근이 동일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스라엘 백성은 정결을 유지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야만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임하실 수 있었고 그들 가운데 거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결한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사실입니다. 정결한 상태는 언제 어디서 정결한 상태의 균형이 깨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이 부지중이나 실수로 인해 ‘정결’의 상태가 깨어지게 되어 그들이 ‘부정’(히브리어로 타마)하게 되는 경우 하나님이 그들과 거하실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그들은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심각한 상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조차도 이 법칙은 예외가 되지 않았습니다(레 21:11).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나님은 그들이 부지중이나 실수로 시체에 접촉하여 부정하게 된 경우를 대비해 그들이 어떻게 하면 정결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레위기에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만일 그들이 부지 중이나 실수로 시체를 접촉하여 부정하게 되었을 경우 그들은 옷을 빨고 저녁까지 기다리는 비교적 간단한 의식절차를 통해 정결을 회복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죄로 인하여 부정하게 된 경우였습니다. 이 경우에는 정결의식만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죄’로 인해서 더럽혀진 부정함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로 가능했습니다.

레위기에서 말씀하신 ‘제사’를 통하여 ‘죄’로 인한 부정을 회복하여 다시 거룩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신 것은 ‘정결’이 아니라 ‘정결’보다 한층 더 강화된 ‘거룩’이었습니다(레 11:45). 그 이유는 ‘정결’은 언제든지 부정하게 될 수 있는 가변성 때문입니다. 쉽게 부정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가 경쟁으로 치달아 대형교회를 추구하고 아름답고 건물을 잘 지어 놓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가 과거 보다 그 위상이 위축되어 가는 이유는 결코 교회의 규모가 작아서가 아닐 것입니다. 100년 전만 해도 한국교회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한국교회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으며 우리의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과거보다 사회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거룩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단순히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을 가지고서는 세상에 영향을 주거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도덕적 깨끗함은 언제든지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가변적입니다. 교회가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는 오직 하나인데 그것은 ‘거룩’입니다. 그리고 ‘거룩’은 오직 ‘주님을 바라봄’에서 시작됩니다. ‘거룩’이야말로 2024년도 우리의 비전이어야 할 것입니다. 할렐루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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