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장, 성락성결교회 담임 )

그래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인사를 드린다는 문장 앞에 유별나게 접속사를 붙였습니다. 21세기의 사분의 일 즈음을 지나는 오늘날의 세계에 문제가 그야말로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상황이 걸린 동아시아와 한반도에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가득합니다. 우리 사회 내부는 요즘처럼 분열이 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쇠고집으로 뭉친 좌우 극단의 정치 도당은 모든 종류의 사회 조사에서 거의 고정적입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의 상태는 불안하기 짝이 없고 정치력은 실종된 지 오래며 검찰의 권력이 정치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 들어 더욱 뒤엉킨 기상 상황은 세계 도처에서 기후 위기를 일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는 벌써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까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국제적 안정을 위한 영향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거의 세계 전체가 연관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마당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까지 벌어지며 중동의 화약고가 더 크게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4월의 총선은 이미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통속적인 선동과 그 영향력을 생각하면 치열하고 치졸한 선거의 싸움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다고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그래도 기독교가 중심을 잡고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대처럼 우뚝 서서 제 역할을 해야 마땅합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올해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본디 제 모습으로 걸어가기를 절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현상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현상에 매몰되면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의 문제들을 직시하면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은 현상 너머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 시야가 열릴 때 우리는 문제투성이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한 예언자가 암담한 현실에서 불렀던 노래를 배웁시다. 주전 7세기 초에 살았던 하박국이 유다 왕국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무화과나무에 과일이 없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서 딸 것이 없고 밭에서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련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련다. 주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다. 나의 발을 사슴의 발과 같게 하셔서, 산등성이를 마구 치닫게 하신다. 이 노래는 음악 지휘자를 따라서, 수금에 맞추어 부른다. (하박국 3:17~19)

예언자의 상상력이 현상을 넘어서게 할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라는 표현의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누구나 성경 말씀이 오늘날도 살아 움직인다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세상 한가운데 존재합니다. 사회 속의 동떨어진 섬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절망의 세상을 십자가로 짊어지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역사의 현장을 걸어가셨습니다. 그분을 따라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창세 이래 처음 찾아온 올해를 용감하게 걸어갑시다. 예언의 희망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가득 채우게 합시다.

그래서, 희망으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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