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춘 목사(시인, 신학박사, 기성 천광교회 담임

시어(詩語)는 사실의 언어라기보다는 감성의 언어이며, 문자적 의미보다는 비유적 의미가 강하고, 낱낱이 풀어 설명하기보다는 함축적이고 동적인 언어이기에 그 시어가 품고 있는 시인이 가졌던 정서를 빼버리면 생명을 잃어버린 언어가 되고 만다. 

본인이 관심을 갖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시어로써 자리한 시편 중에서도 탄식시의 전반을 이해하고 특히 시편 22편을 중심으로 그 현실을 이해하고 시인이 가졌던 세계로 들어가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탄식시와 시편 22편이 갖는 메타포들은 사육된 언어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탄식시를 시인의 눈으로 읽어보고자 한다. 설교자가 시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성경의 세계가 시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풍성한 은유는 사라지고 기계음만 남은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현대인들은 탄식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며 깊은 내면의 메마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삶의 고달픔의 속성은 고대 근동의 사회와 현대사회와는 양상이 다르다 하여도 그 탄식의 소리는 내용상 다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시편의 시인들이 개인적으로 했던 탄식의 시를 현대 시인의 안목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타당한 일이며 현대인으로 하여금 시편의 세계로 이끄는 한 방편이 된다고 생각한다. 

시편이 고대인에게나 현대인에게 풍성한 감동을 주고 생의 엠퍼시를 형성케 하는 것은 바로 그 속에 자리한 메타포의 힘이다. 이 메타포에 담긴 의미를 찾아서 고난받는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선포하는 일은 시인이자 목회자로서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본다. 

이 작업과 관련해 필자는 박재삼 시인의 추천을 받아 계간지 ‘시세계’에서 시인으로 등단하여 ‘들꽃 소담한 고향길’, ‘하늘을 여는 빗소리’, ‘동해안을 따라가는 길’ 등을 출간한 바 있다. 대학에서 ‘미디어 문학’도 전공하여 현재도 계속 시작하고 있다.

시인으로서, 목사로서 탄식시의 전체를 개괄하여 구조적 문제와 신학적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탄식시의 절반을 구조적으로 이해한 뒤 시편 22편을 같은 맥락으로 다루려고 한다. 특별히 이 속에서 담긴 언약신학적 문제는 깊이 통찰하여야 발견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부분은 권혁승 교수의 통찰력을 힘입어 작업해 새롭게 조명되었다. 

메시야 고난 시로 잘 알려진 시편 22편에 나타난 메타포를 문학적인 비평 방법을 동원하여 연구함으로써 메시야 고난에 대하여 보다 더 심화된 이해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삶의 고난을 신학적으로 이해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대의 성경 읽기 가운데 수용미학적 관점으로 읽으려는 시도가 많은 이유는 바로 현대인의 독서법과 무관하지 않다. 독자에게 ‘권능’을 부여하고 저자는 후자로 밀려나 있는 것이 현대 독자들의 정서이다. 즉, 주어진 텍스트에 대하여 독자의 느낌과 해석이 우선시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현대성서해석학의 주류를 이루어 가고 있는 듯하다.

현재, 수용미학의 영향하에서 저자의 권위를 상관하지 않고 독자의 느낌 또는 수용하고 소화한 내용이 중요하게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깊이 상응하는 면이기도 하다. 이것이 성서해석학에서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따라서 독자의 ‘권능’을 우선순위에 두면 원저자의 의도나 주제는 부차적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성서해석학에 있어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는 바로 독자의 권능을 인정하기 이전에 독자에게 성서에 사용된 어법이나 표현 방식이나 원저자의 심증을 명확히 전달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일반문학은 창조적 상상력을 동원한 문학적 산물이지만 성서는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계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계시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함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였다는 전제 없이 상상력만으로 성서를 읽어가면 원저자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물이 나올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메타포는 시어를 이해하는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 언어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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