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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이재정 목사의 하고 싶은 말(19)꽃향기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10.18 18:14
  • 호수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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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목사(기성 복된교회)

꽃무릇, 상사화 두 꽃이 다른 거 아셔요?. 여하튼 모두 가을꽃입니다. 제각각 화사한 색깔로 곱기는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 그에 걸맞은 향기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 씨를 맺어 번식하는 게 아니고 뿌리로 번식하는 식물이어서 벌 나비 불러들일 일 없으니 그럴까요. 시인의 눈으로는 그 처연한 자태에 맞는 향기가 마땅치 않아서 하나님이 안 담아 주신 것으로 이해해야겠습니다. 그 말고도 꽃향유, 여뀌 같은 대부분의 가을꽃은 향기가 적거나 없다는 관찰입니다. 해바라기, 일일초, 수레국화 백일홍 등속도 향이 없고요. 코스모스는 무더기로 핀 데서나 설핏 스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혼자 여며두는 생각으로는 ‘하나님께서 꽃을 지으실 때, 가을꽃은 열매를 바라지 않으니 벌 나비 부르는 향을 안 주신 모양이다’ 입니다. 

가을꽃 중에 그 자태보다 향이 더 알싸한 꽃은 가을 국화입니다. 구절초나 쑥부쟁이처럼 소위 들국화 군을 이루는 꽃들 말고 감국, 금국, 소국, 산국 같은 진짜 국화꽃들은 쑥에서 나는 향기를 베이스로 이런저런 향을 첨가하여 그야말로 가을다운 향을 갖고 있습니다. 미당의 시대로 봄부터 소쩍새 운 사연, 여름의 천둥 번개 친 사연, 매서운 첫서리의 냉기까지 스며든 진짜 향입니다. 말려서 차로 마실 만큼 그 향이 좋습니다.

다시 가을이고 주변에 지천으로 국화들이 피어납니다. 색깔이 고운 건 여전하지만 더 설레게 만들어 주던 그 향은 간데없다는 관찰입니다. 코를 들이대고 킁킁거려야 겨우 이게 국화 향이다 싶어질 정도지 도무지 공기 중에 퍼져 향기로운 가을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국화나 백합을 강단에 두면 예배당 가득 향기로 그득했더랬는데 그 향들이 다 다 사라졌습니다. 혹시 코로나 영향으로 후각이 둔해진 탓일까요?

평생의 관찰에 꽃의 아름다움은 고운 자태에 향기를 옷으로 입어야 완성된다는 판단입니다. 잘 숙성된 과일에서도 과일 육질의 감미와 더불어 그 향이 맛을 완성 시키는 것이구요.

그러고 보니 올봄의 아카시아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는 동안 향기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밤공기를 타고도 찾아오던 향기였거든요. 봄에 피는 향기의 대명사인 라일락조차 그 향이 희미해져 갑니다. 녀석이 향기로 흔적 내기를 주저하길래 교회 마당 한 구석에 심은 녀석을 찾아가 향을 청했습니다. 아니꼽게도 겨우 흔적만 라일락일 뿐이었습니다. 산중을 걷다 만나는 말라가는 쑥잎이나 개똥쑥을 훑어 손으로 비벼 상채기를 냅니다. 그걸 코에 대면 고향하늘 같은 향기가 나지요. 혹시 산초나무 잎을 두어 개 따서 그리해도 박하 향보다 짙은 청향입니다.

올해는 그런 허브 종류도 제 몸의 향을 내주는 데 인색합니다. 미상불 이상하게 여기는 현상입니다. 누구도 그 이유를 바로 말해 주지 못합니다. 미루어 짐작하기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볼 뿐입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도 심상치 않습니다. 더 자세한 조사를 해 주어서 사라진 향을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꽃에 향기를 빼면 아름다움은 많이 차감 됩니다. 아쉬울 따름이지요. 

새벽 들판 산책길에 해가 떠오르면 밥 냄새 같은 벼 익는 향기가 구수하게 살아납니다. 하나님이 이 나라 먹거리 만드시는 향이 그리 의연하니 다행이다 싶지요. 늘 규칙적으로 걸으니 그 길에 거의 같은 시간, 장소에서 스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더러는 ‘참 부지런하십니다’ 인사를 건넵니다. 그분과 스치면 그 새벽에도 벌써 잘 씻고 나온 비누 향이 길게 남거든요. 나는 덕담 한마디를 건네 좋은 향을 삼고 싶습니다. “저 십자가 탑 보이는 복된 교회 목사입니다” 신상을 고백하고 전도 대상자로 삼았습니다.

성경은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아 2:13) 꽃이 향기를 낸다고 직설합니다. 그에 맞춰,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고후 2:15) 성도를 그리스도의 향기랍니다. 꽃의 아름다움이 향기로 절정 이루듯, 성도 삶에도 향기가 그 가치를 더한다 함이겠습니다. 이즈막 성도가 내보일 향은 전쟁이나 지진으로 고통받는 그들 소식으로 내 몸에 상채기를 만들어 기어이 방관하지 않는 몸짓이겠습니다.

산천의 꽃들이 덜 향기로운 게, 내 개인적인 문제, 코로나 후유증이기를 은근 소망합니다. 모든 꽃이 여전히 향기롭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한평생 사는 동안 내면의 성숙이 인격의 향기로 드러나 아름다운 신앙의 열매 되기를 소망합니다. 믿음의 유익이 나를 향한 것이면 아무래도 향이 덜 할걸요. 벌 나비를 부르듯 이웃을 부르는 향으로 발하여 지극히 향기로운 신앙 인격으로 성숙을 이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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