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13대 총장, 현 명예교수

5) 결론

모르드개가 얼마나 고귀한 인물이 되어 메대와 페르시아의 열왕의 일기에 오르게 됨을 말하고, 그가 자기 동족에게 존귀함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자기 백성을 위해 큰 이익과 안위를 주었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6. 에스더의 특색

에스더서는 대체로 유대인들의 절기인 부림절의 기원을 설명하는 책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부림절 전날 밤(이브)에 저녁 예배를 드린 후 회당에서 읽고 부림절 아침에 다시 한번 더 읽는 책이다.

신명칭의 익명성(神名稱 匿名性) : 구약 성경 중에 여자의 이름으로 된 두 권의 책(에스더서와 룻기서) 중 하나이면서도,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이름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유일한 책이다. 즉,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이나 야웨란 말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본서에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가장 특이한 점이다. 엘, 엘로힘, 엘샤다이, 야웨 등 구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이름 중에 그 어느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경화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이것이었다. 이 하나님의 이름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는 부림절과 관련하여 과도한 음주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절기 관습에 의하면, 술을 마시되 지나치기 때문에 하만을 저주하는 것과 모르드개를 찬양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일을 저지를까봐 하나님의 이름을 고의적으로 피했을 가능성이다. 둘째는 에스더가 역사화된 지혜문학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이름이나 율법과 계약이나, 음식금지법, 천사나 영적 존재 등 종교적인 사항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스더서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특징인 종교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나 에스더서 저자는 완전히 이방인의 나라, 그것도 그 나라의 중심부인 궁정에서조차도 하나님의 개입하신다는 것을 더욱 극적으로 나타내고 평범한 역사 속에도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위해 구원의 사건을 이끌어 가심을 표현하는 고도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구약성서 전체에 흐르는 구원사적 씨 흐름의 깊은 의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에스더서를 읽는 독자는 그 모든 역사 사건의 배후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강한 섭리를 어느 다른 성서의 책들보다 강하게 체험하게 된다.

배타적 민족주의(排他的 民族主義) : 구약성서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포용적 세계주의가 교차 되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 에스더서는 전체를 통하여 배타적 민족주의 사상이 강하게 나타나 민족적 자부심과 증오와 복수 정신이 넘쳐흐른다. 이런 민족주의 사상의 배후에는 이스라엘인의 신앙관과 율법관이 기초가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이 고난에 처해 있을 때 보호하시고 구원하신다는 신앙이 엿보인다.

복잡한 구조성(複雜한 構造性) : 본서는 역사성이 당연히 인정된다. 그러나 가상적 역사성을 주장하는 자들도 많이 있어 왔다. 그 이유는 복잡한 성격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스더서는 하나의 관점에서만 보려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게 될 사연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에스더서는 궁정에서의 음모 이야기, 가까스로 영웅적인 구출을 받게 되는 유대인의 치명적 위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포로로 잡혀가 있던 고아가 가장권세있는 여인의 서열로, 페르시아 제국 내에서, 더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권세 있는 인물로 등극하는 이야기이다. 또한 에스더서는 절대다수의 이방인들 속에 굴욕적이고 위태로운 소수민족이며, 바벨론 포로로 잡혀간 동부쪽의 디아스포라의 그 유대인들을 이 이방인들이 어떻게 존경하고 두려워하게 되었으며, 유대인 중 하나가 막강한 페르시아 제국의 두 번째 위치의 신분에 오르게 된 영광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에스더서는 단 하나의 해석 원리를 가지고 본다면 중요한 또 다른 면을 놓치게 되는 특성을 가진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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