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 바로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은 지난 보릿고개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들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나라이다. 한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아시안게임이 마무리되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4강 신화를 이루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인 시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지난 과거 IMF는 외환위기를 가져오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했다.

IMF 시기에,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금모으기운동에 동참하는 등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오늘의 경제 강국을 만들었다. 잘 사는 나라, 한국에서의 밝은 면은 여기까지였다. 우리나라가 잘 살면서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한쪽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부유한 경제대국이 되면서 또 다른 이면에는 황금만능주의가 서서히 사회를 어둡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황금만능주의는 사회 구조를 더욱 병들게 한 것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사회가 우리의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잃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황금만능주의의 그늘에서 세상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고, 수치화하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지폐(돈)를 들고 세상의 가치를 평가했다. 경제적인 부유는 다른 한편으로는 빈부격차를 양산하고, 이로인해 또 다른 부의 불평등과 보이지 않는 차별이 생겼다.

황금만능주의가 사회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 가고 있었다. 사람의 연봉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평수와 자동차의 배기량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온 것이다. 우리가 어느 한 개인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 배려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진실함을 살피기 이전, 그 사람의 연봉을 먼저 보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에 물음을 던져본다.

오늘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사고를 비판한 마이클 샌델(M.Sandel)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란 책에서 “돈으로 사면 안 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오늘날 자본주의 그늘에서 발생되는 배금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샌델 교수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배금주의 사회에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들 즉 우리가 거래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마저도 시장에서 돈으로 다 거래가 가능한 사회를 비판한다. 그는 책에서 친구의 소중한 우정과 명예 심지어 결혼식 축사까지 시장에서 구매가 가능한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샌델 교수는 황금만능주의 사회 구조에서 살면서 시장(마켓)이 도덕(윤리)를 밀어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황금이 도덕과 윤리의 기준을 바꾸는 사회에 대해 그의 말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우리의 현실도 황금만능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요즘 등장한 신조어 ‘금융치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돈으로 마음이나 우리들의 감정을 치료한다”라는 의미를 가졌다. 우리가 일상에서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힘든 일들이 돈으로 보상받아 감정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 사회가 얼마나 물질만능주의에 길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조어이다.

물론 돈으로 보상받는 것이 일시적인 동기부여나 위로를 줄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이 돈으로 보상되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정말 돈이 우리의 내적 마음을 전적으로 평화롭게 해 주는지는 의문이 든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디모데전서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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