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속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상부상조를 한 부류가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고 했다. 결국 이기심보다 이타심, 내가 잘살기 위해 남을 도와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뉴캐슬대 연구팀이 조사한 바로는 침팬지도, 바다사자도, 돌고래도, 심지어는 모기까지도 암컷이 수컷보다 장수한다고 했다.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긴 이유는 평생 끊임없이 생명을 나눠주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며, 번식을 위해서 세포가 남성보다 더 강력하고 스스로 치유하고 재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정현천은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라는 책에서 “포용은 차이를 인정하고 나와 다른 의견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 포용력이 없으면 마침내 도태되고 소멸되어 간다”고 했다. 공룡은 지구상에서 이미 멸종했는데 곤충이나 포유류가 아직도 살아남은 이유는 ‘포용력’ 때문일 것이다. 초식 거대동물인 공룡은 식물에 돌려주는 것이 없이 마구 먹어대기만 해서 숲을 황폐시키고, 결국 지상에서 사라졌는데, 곤충들은 몸에 꽃가루를 묻혀 공중에 날림으로 식물을 계속 번식시켜 나간다. 포유류는 속에 씨가 있는 식물들만 골라 따먹고 그 씨를 뱉거나 배설하여 퍼트림으로 서로 주고받는 삶을 살아가면서 함께 공존하고 있다.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함께 ‘살자는 것인지 죽자는 것인지’ 구별이 안 된다. 국민통합위 김한길 위원장은 현 상황을 평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강성 팬덤(적극 지지층)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뭉쳐있다고 해서 통합이 아니고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가치를 공유하는게 진정한 통합’”이라며, “보수니, 진보니 ‘철 지난 이념’을 가지고 싸울 것이 아니라 여야 모두 ‘나라가 가야 할 큰 목표는 정해놓고, 그 행선지까지 가는 경로'를 두고 싸우라”는 뼈있는 이야기를 했다.

짐승들이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녹명(鹿鳴)를 높여 다른 동료 사슴들을 불러 함께 나눈다고 한다. 내 이익을 위해 너를 잡아먹어야 하고, 내가 성공하기 위해 너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오늘, 홀로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울음소리(鹿鳴)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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