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묻지마 살인사건’, ‘분당 서현역 부근 사건’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등,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가 빈번해지면서 출퇴근길이, 밖으로 외출하는 평범한 날들이 위협받고 있다. 전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성장주의에 편승해 공평과 정의를 위한 대사회적 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약자 편에 선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가 더욱 다양해지고 흉악해지는 것은 극심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등에 따른 것으로 우리 사회가 병든 토양이라는 증거다.

안명숙 교수(서울장신대)는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는 세상은 나를 미워하고 적대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에 양심의 가책 없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며, “단 한 번이라도 가해자들이 진실한 사랑과 우정, 따뜻한 포용을 경험했다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교회가 특별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교회가 그동안 성장주의와 물량주의에 편승해 극단적인 양극화를 조장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공격보다,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25개국에 번역 출간돼 100만부 이상 팔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란 책은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경도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은 작가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기록을 담았다. 작가는 “문제는 낮은 자존감”이라며 “행복과 불행의 공존처럼 삶의 곡선은 유동적이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커다란 어둠 속을 걷고 또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조각의 햇살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교회는 이제 성장과 경쟁을 지양하고, 훈계보다는 따뜻한 포용과 공평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 담장에 걸려 있는 ‘교회가 이 땅의 소망입니다.’ 현수막들이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십자가 불빛을 보고 찾아들어 와 따뜻한 품에 안기도록 교회가 다시 희망이 돼야 한다. 흑암 속에서 고독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영적 안식처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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