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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8.23 15:36
  • 호수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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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류는 사실에 대한 ‘판단’(judging)에서 과학을 넘어서는 수단은 없었다. 그런데 과학보다 더 우수한 방법으로 ‘기만’이라는 방법이 출현했다. 예전 정치적 거짓말에서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조작했을 뿐(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을 터뜨린 김대업 사건), ‘사실’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었는데, 2008년 광우병 사태 때부터 거짓말이 진화했다. 당시 선동의 최전선에 선 민 경우 씨(전 범민련 남측 사무처장)는 “광우병에 대해, 팩트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도 ‘사실’에 무심했을 뿐, ‘사실’에 저항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실에 대한 저항’(fact resistance)이다.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시위에서 거짓말의 질적 도약을 본다. 방사선 분야의 세계적 석학 웨이드 앨리슨 교수(옥스퍼드대)가 “정화된 후쿠시마 오염수는 당장 1리터라도 마실 수 있다”고 하는데도, 야당 대표는 그를 ‘돌팔이’로 매도했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도 부정했다. ‘과학’의 판단을 부정한 것이다.

미국 예일대 댄 카한 교수는 ‘과학적 설명이 제공된다면 생각을 고쳐먹어 올바른 판단을 갖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지 말라고 했다. “집단 정체성에 관련된 신념은 과학적 정보, 객관적 증거를 갖다줘도 교정하기 어려운 것은 지력(知力)이 옳은 답을 찾기보다는 기존 신념 강화의 도구로 쓰이며, 그들은 논쟁에서 이기고 싶은 것이지 진실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도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신문 기고에서, 미국 민주당원은 94%가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협이라고 보는 반면, 공화당원은 19%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를 소개하며, ‘생각의 감옥’에 갇히면 진영의 믿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와 자료를 모으고 논리에 살을 붙여간다고 했다.

이국배 씨는 “탈진실의 조건”에서 정치가와 정당은 거짓말을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에 최고의 관심을 갖는데, 민주정치의 집권 룰이 도덕이나 사실, 진실보다는 다수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단순 다수 승자독식의 한국 정치체제는 탈진실의 정치가 번성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고, 현대정치의 절반은 ‘이미지 만들기’고, 나머지 절반은 그 이미지를 믿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거짓말은 구조적 문제로, 현실정치에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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