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준 목사(기성 하늘동산교회)

1.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무섭듯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삶의 의미를 하나의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단히 폭력적이다. 권정생의 대표작인 『강아지 똥』은 삶의 다양한 의미를 하나의 중심으로 환원하는 이야기에 저항하면서 더러운 개똥도, 해석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산종(散種)된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그린 동화다. 함석헌 선생은 성경을 애 낳는 이야기라고 했다. “성경은 애 낳는 이야기야. 할머니가 애를 낳고, 처녀가 애를 낳는 이야기라고”. 이처럼 성경은 불가능의 자리에서 새로운 의미를 추구한다. 불가능의 자리는 새로운 의미를 낳는 자궁이다. - (238쪽 중에서)

2. 일찍이 존 웨슬리 목사는 “단 한 권의 사람”이 되기를 결단한다. 웨슬리 목사는 무지한 자가 아니었다. 그는 대학자였으며 다독가였다. 그런 그가 “단 한 권의 사람”이 되기를 결단한 것은 그만큼 그의 지성과 영성의 깊이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학문이 깊어질수록 성경의 깊이와 넓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지식을 모아도 성경 한 줄의 지혜에 미치지 못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 웨슬리 목사가 헤아리기 어려운 성경의 깊이를 깨닫게 된 것은 그가 독서를 통해 성경의 이해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의 견식이 깊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존 웨슬리 목사가 말한 “단 한 권의 사람”이란 모든 책을 성경의 눈으로 살펴보고, 성경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함을 의미한다.

3. 이재현 목사의 저서 『들리는 설교 유혹하는 예화』는 우리를 “단 한 권의 사람”으로 가는 이정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100권의 책, 100개의 문장’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지만 이 모든 책과 문장들은 성경을 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읽는 모든 책은 성경을 가리키고 있다. 저자는 다독가(多讀家)이자 남독가(濫讀家)이다. 일관된 주제가 없는 독서였지만 그 모든 책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고, 넓게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4. 카프카는 독서를 일컬어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부수는 이야기”라고 한다. C.S 루이스는 “자아를 죽이는 자객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영혼을 쪼개며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신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죽어야 한다. 나의 옹졸한 생각과 편협한 지성이 깨지지 않고서는 성경마저 나의 입맛대로 사용하는 우(愚)를 범한다, 마치 바리새인처럼.

5. 이 책과 저자를 통해 새삼 깨닫는 것은 지혜의 부족함과 우리의 연약함이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 누천년(累千年)의 시간 동안 같은 본문을 가지고 설교함에도 어떤 설교는 들리고, 어떤 설교는 들리지 않았을까? 그것은 거룩한 말씀인 성경을 거룩하지 않은 세속의 책으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통 빛으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어둠으로 덮인 공간 역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빛과 그림자가 있어야 비로소 사람은 물체와 공간을 인식할 수 있다.

6. 거룩한 말씀인 성경 안에도 살인, 강간, 범죄 등 죄악의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어둠을 삭제해야 할까? 빛으로 가득해야 할 말씀에 어둠이 기록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들리는 설교 유혹하는 예화』는 성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책들의 문장들을 통해 말씀의 하늘을 마음껏 유영할 수 있도록 유혹하고 있다.

7. 자연과 일상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며 감사하고, 하나님의 흔적을 찾아내며 감동할 수 있는 것처럼 세속의 책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포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만유의 주이시며 만유 속에 계시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네온다. 세속의 책들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귀한 것은 아니지만 온 우주가 곳곳에 숨겨진 하나님의 은혜를 찾는 숨은그림찾기의 장소인 것처럼 거룩하지 않은 세속의 책을 통해서도 거룩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말씀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이재현, 『들리는 설교 유혹하는 예화』, 도서출판 선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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