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목사(기성 복된교회)

저자 이덕일은 숭실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우리 역사의 시공간을 축소하려는 식민사관을 척결하려고 노력하는 저자다. ‘한가람 역사문화 연구소’는 그 운동의 본산이고 저자가 그 소장이다. 식민사관에 찌든 현재 한국사학 현장을 통탄하고 있다.

1부, 흔들리는 주자학의 나라에서.

조선 건국 후, 성리학의 학통을 따라 율곡을 종주로 서인, 퇴계를 종주로 동인으로, 동인은 남, 북인으로 나뉘지만 왜란과 인조반정으로 퇴출 된다. 성리학이 송익필, 김장생을 거치면서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로 집약되던 철학이 예학으로 둔갑한다. 이후 김집, 송시열로 이어진 성리학의 주장은 ‘통리’(通理)로 군주와 사대부가 같은 리(理)고 다른 것은 기(氣)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군주라 해도 사가의 예와 다를 게 없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사대부와 사가(私家)는 끝까지 차별을 주장하니 꼴통 보수다.

2부, 서인들의 쿠데타, 인조반정이 낳은 비극.

임진왜란때 군주와 사대부가 백성을 버리고 피난길을 서두름으로 잃은 신망을 되찾기 위해 예학을 앞세워 백성을 압박한다. 이때 등극한 광해군이 명,청을 아우르는 등거리 외교로 국가를 보존하려 하지만 송시열 주축의 서인이 숭명대의를 명분으로 인조반정한다. 그들의 명나라 사대만 앞세운 결과 정묘, 병자호란의 삼전도의 굴욕, 왕자들이 볼모 되는 수모를 겪는다. 청날에서 신식 문물을 접한 세자 소현이 귀국하자 독살해 버리고 봉림을 효종으로 옹립한다. 종통(宗統)이 무너진 시초다.

3부, 북벌의 시대, 대동법의 시대.

효종 즉위로 조정에 나온 송시열은 기고만장이다. 겉으로는 북벌과 대동법을 지지하는 듯 하나 이면으로는 국혼물실(國婚勿失)과 숭용산림(崇用山林)만 도모하며 방해한다. 국익은 관심 없고 당리만 우선하여 세 치 혀의 말 뿐인 숭문주의자였다. 결국 북벌을 위해 내전에도 들지 않고 자신을 성찰하며 준비하던 효종마저 독살한다.

4부, 왕위에 올랐다고 가통까지 이은 것은 아니다 / 예송논쟁.

효종 서거 후 인조의 아내였던 자의 대비가 상복을 사가처럼 입느냐, 왕가는 다르게 입느냐를 놓고 장장 15년을 다툰다, 소위 예송논쟁이다. 송시열은 공,맹 해석에 주희를 절대 기준 삼았고 그와 다른 해석을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했다. 대표적으로 ‘윤휴’를 지칭한다.

5부, 국익보다 당익이 앞선다 / 스승만 알고 임금은 알지 못하는구나.

송시열을 향한 존망과 원성이 함께 높다. 결국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던 2차 예송 논쟁 끝에 숙종이 즉위한다. 여전히 임금보다 당수를 앞세우던 서인들을 전광석화로 처단하고 67세의 우암은 유배길에 오른다. 죽을 때 까지 자신은 정도를 걷고 있으며 사도의 탄압을 받는다는 신념을 못 바꾼다. 은둔 중인 윤증이 유배 중인 우암을 찾아가 친구 사이이며 자신을 우암의 제자 되게 한 부친 윤선거의 비문을 고쳐 써 줄 것을 요청하다 오히려 멸시 당함으로 절연된다. 기왕에 써 준 비문은 박세채가 써 준 것을 거의 카피했고 창작하지 않았다 한다. 서인이 집권 했을 때, 남인을 보는 시각이 윤선거, 윤증은 공존으로 우암은 타도 대상으로 만 보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노론과 소론으로 갈린다.

득세한 남인들이 청남, 탁남으로 나뉘다가 결국 경신환국때 서인에게 다시 집권이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북벌의 아이콘, 윤휴가 사사된다. 북벌의 꿈도 스러진 것이다.

경신환국으로 입궐한 우암이 숙종에게 선생이 학생 대하듯 학문을 하문한다. 숙종에게 바른 군주의 성찰을 주문할 뿐 대신으로 소임은 팽개친다. 군신이 차별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나 사대부와 양민의 차별은 끝까지 허울 좋은 예(禮)로 억눌렀다.

후사 없는 숙종이 궁녀 희빈 장씨를 통해 득남, 후에 경종이 된다. 인현왕후를 축출하고 희빈을 들인다. 다시 전광석화 기사환국을 단행하여 남인 정권을 세운다. 서인 실세들을 거의 제거한다. 장희빈을 들인 사실을 종묘사직에 고함으로 법적 효력이 발한 후에, 82세의 대로 우암이 정면 도전 상소를 올린 것이 빌미 되어 다시 유배를 떠 돌다 국문 받기 위한 귀경길에 정읍에서 사사(賜死)된다.

서  평

농경의 명나라는 장남 승계로 무능한 왕도 종통을 잇는다. 청은 유목민족으로 실력자가 왕위 계승함으로 유능한 자가 왕이 된다. 결국 청이 명을 이긴 것인데 그 망한 명나라 사대가 조선을 병들게 했고 그 선두에 우암이 있다. 서인, 노론이 일제 강점기 까지 집권하고 마지막 노론의 거두가 이완용이므로 결국 나라 말아먹은 집단이다.

선비의 나라, 목숨 걸고 상소문을 쓰던 유생들이 훌륭하다. 그 기개를 공작정치로 타락시킨 것도 우암이다. 개인적인 삶과 학문은 모범적이었으나 그는 정치 모리배로 전락 되었다.

현, 우리의 정치도 명분 싸움으로 실리를 잃는 게 아쉽다. 붕당정치다. 우암이 그 원조다.

교리 갈등, 특히 칼빈주의자들이 붕당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성경의 기본 정신을 실천 수행하는 것으로 교회의 덕을 삼을지언정 고리타분한 교리 논쟁은 속히 벗어나야 할 일이다.

이덕일,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도서출판 김영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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