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은 목사

■ 구국금식기도회

1971년 총회장 재임 시에 공교롭게도 예장 합동 측 총회장 정규선 목사, 예성 총회장 장기원 목사는 김 목사와 서울신학대학교 동기동창이고 침례교 총회장 유영근 목사는 우리 교단의 납북된 유세근 목사의 아우이고 성결교회 장로 출신으로 가까운 지인이었다.

그런 연유로 교단 연합 행사에 협조가 잘 되었다. 예장 통합 측 총회장은 방지일 목사였다. 김 목사가 교단장들을 총회로 초청하여 구국 기도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 시기에는 북한의 남침 위협으로 사회적 혼란이 조성되고 있었다. 북한의 김일성이 내려와 서울에서 회갑 잔치를 한다고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외신도 이 소식을 전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유포됐는데 겨울에 임진강과 한탄강이 얼면 그 언 강을 이용하여 병력을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국 기도회를 선포했다. 5천 통에 이르는 호소문을 전국 교회에 보냈다. 1972년 1월 5일 서울 임마누엘 수도원에 들어가 7일까지 금식하며 기도했다. 각 교단장을 비롯하여 10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했다.

“이 겨울을 따뜻하게 하소서!”

당시 구국 금식기도회의 표어였다. 국가의 운명이 기도에 달렸다는 다급한 마음으로 이런 기도를 드렸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따듯했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60년 만에 얼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셔서 북한 공산당이 이 땅을 넘보지 못하게 해주신 것이 분명하다고 믿었다.

김 목사는 일찍이 그의 목회 초기에 군산시 교회연합회에서 구국 기도회를 시작했다. 북한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월남한 실향민들의 궁핍함을 보고 타향살이의 아픔을 경험했던 그로서는 국력 신장의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력을 키우려면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방법밖에는 달리 없다고 확신했다. 구국 기도회는 매월 첫째 주일 오후 3시에 정기적으로 여러 교회들이 돌아가며 모였다.

그 기도회는 그가 은퇴하는 순간까지 38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는 휴전 후 50년이 지나도록 아슬아슬하지만, 한반도에 평화 상태가 유지해 오는 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기적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기도원과 산과 교회당에 엎드려 땀과 눈물을 쏟으며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철야와 금식으로 구국 기도하던 숨은 기도의 용사들 덕택이라고 생각했다.

■ 의정사(議政史) 발간

김용은 목사가 고희를 맞게 되었다. 자녀들이 모여 고희 잔치를 열겠다고 했다. 

“너희들의 뜻은 고맙지만 그만두도록 해라.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마당에 무슨 고희잔치야? 잔치에 쓰려고 생각한 경비가 얼마 정도 되냐? 내가 정말 요긴하게 쏠테니 모은 돈 가져와 봐.”

자녀들이 가져온 돈을 보니 그 액수가 3백만 원이었다. 그는 그 돈을 역대 총회장 모임에 내놓으면서 교단의 의정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역대 총회의 결의 사항들을 한 권 책에 묶어내면 많은 분량의 총회 회의록을 뒤지지 않아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겠습니까?”

역대 총회장단에서는 좋은 제안이라고 동의하면서 출간위원을 선정했다. 김용은 목사, 박명원 목사와 실무 간사는 오랫동안 총회 본부에서 수고해오고 있는 임용희 장로를 선임했다.

그때부터 자료 수집과 편찬 작업이 시작되었다. 1907년부터의 역사자료를 수집하려니 없는 것이 너무 많아 연결이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선 해방 후의 의정사부터 뽑아내기로 했다. 제1회 총회 때부터 각 총회의 일시, 장소, 대의원, 개회 설교, 개회 선언문, 임원 부서, 중요 보고사항, 정·부총회장 이력서 서울신학대학교, 총회 유지재단 보고, 목사 안수자 명단, 총무이력서, 교세 통계표 등을 요약해서 수록하기로 했다.

그 후 임용희 장로가 1994년 4월 18일, 834쪽에 달하는 방대한 의정사를 편찬·발간하였다. 의정사 발간에 따른 비용은 2,500만 원이 들었다. 출판된 책은 전국 교회에 기증하여 자료를 삼게 했다. 김 목사는 그 출판을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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