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타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스틱으로 된 보이차(새랑티) 200여 통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반응이 가지각색이었다. ‘뭐 이런 걸 주느냐?’는 식의 도통 보이차를 모르는 사람, 고마워서 ‘보이차군요,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사람, 조그만 선물로 감사인사를 하는 사람 등...그런데 보이차의 가치를 알고 감격하며 인사를 하는 이에게는 몇 개를 더 주었다. 가치를 모르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달라고 하지도 않은 것을 주면서 ‘은혜를 모른다.’고 내심 섭섭해하는 자신을 보며 웃었다. ‘받은 것은 쉽게 잊어버리고 베푼 것은 오랫동안 기억하는 속물근성’이었다.

눈보라가 치는 어느 추운 겨울날, 스님이 고갯마루를 넘어서 이웃 마을로 가다가 저쪽 고개에서 넘어오는 거지 하나를 만났다. ‘저대로 두면 얼어 죽겠는데...’ 그래서 가던 발길을 멈추고 자기 외투를 벗어주었다. 자기 외투를 벗어주면 자기가 힘들겠지만, 지금 안 벗어주면 저 사람이 금방이라도 얼어 죽을 것만 같아, 큰 고민 끝에 외투를 벗어준 것이다. 그런데 그 걸인이 당연한 듯이 받고는 그냥 가려고 하니 이 스님이 기분이 무척 나빠졌다. ‘나는 엄청난 고민을 하고 벗어준 건데, 저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구나.’ 싶은 것이다. 그래서 “여보시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는 해야 할 것 아니오?” 했더니 그 걸인이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이오?”하는 것이었다. 그때 스님이 무릎을 쳤다. ‘아, 내가 아직 공부가 모자라는구나. 그렇지, 줬으면 그만인데 무슨 인사를 받으려 한단 말인가.’ 큰 깨달음을 얻고 절깐으로 향했다.

경남 진주의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선생’은 남을 돕는 일에 평생을 헌신했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인터뷰도 일절 하지 않았다. 1984년 개교한 진주 명신고등학교는 선생이 전 재산을 바쳐 설립한 학교인데, 명신고가 신흥 명문으로 자리를 잡자, 학교를 국가에 헌납했다. 100억 원이 훌쩍 넘는 학교를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김장하 선생을 취재한 <줬으면 그만이지> 책 내용의 일부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핀다.” “돈에 대한 개념도, 그렇게 애착도 없었고, 그리고 ‘재물은 내 돈’이라 는 생각이 들지 않고 언젠가 사회로 다시 돌아갈 돈이고 잠시 내가 위탁했을 뿐이라는 생각뿐이야. 이왕 사회로 돌아갈 돈인 바에야 보람되게 돌려줘 보자 그런 거지.” 우린 ‘그저 한번 지나가는 순례자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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