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주 목사(익산중앙교회)

하늘나라에 관한 주제는 종교를 떠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충분한 연구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점에서 구더(Gooder)의 책은 탁월하다. 그녀는 ‘하늘나라’라는 주제에 관해 정경과 외경 그리고 고대문헌들을 오가며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전달해 준다. 또한 ‘하늘나라’가 먼 미래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책의 흐름을 보면, 먼저 하늘나라와 땅의 관계를 살피는 일을 시작으로,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즉위, 천사들, 하늘이 열리는 경우, 그리고 하늘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 등을 살피며, 이어서 내세 혹은 하늘나라와 죽음 이후의 삶과 관련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1장은 히브리어에서 복수형으로 표기되는 ‘하늘’은 그 ‘광대함’을 담아내며, 그 하늘과 땅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때에 하늘과 땅 모두가 새롭게 재창조될 것인데, 하나님이 이 영원하지 못한 하늘에 거하시는 이유는 바로 인간과 함께 거하시려고 땅과 긴밀하게 연결된 곳, 바로 그 하늘에 그 거처를 두셨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하늘이 너무 멀기에 성육신하신 것이다.

2장은 ‘왕이신 하나님’이란 표현은 위엄과 권세를 가지신 분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이라 말하며, 왕이신 하나님은 주로 ‘그룹들의 날개 위’, ‘보좌에 앉아 계신다. 하나님 보좌에 대한 초기 언급은 성막과 성전이다. 특별히 지성소는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로, 속죄소 그룹 위는 하나님의 보좌이며, 이곳은 ‘하나님의 거룩성’과 ‘땅의 죄 성’이 만나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곳은 또한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려지는 ‘희미한 장소’인 ‘하늘 문’과 같으며 이 문이 예수님 자신이 된다. 예수님은 성전을 대체하셨고, 예수님의 임재로 인해 이제는 모든 장소가 곧 ‘하늘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하나님의 보좌에 대한 환상들(이사야, 다니엘, 에스겔의 환상)을 소개하며 특별히 ‘에스겔서의 보좌-병거’는 성전이 무너짐에 따른 하나님의 보좌가 이동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신약시대에 이르러 예수님이 이 성전을 대체했고, 또한 하나님 우편에 앉으신 분으로 언급한다.

4장과 5장은 하나님의 보좌를 둘러싼 존재들을 소개한다. 먼저 천사들은 ‘하나님의 전령들’로 점차 하늘의 모든 존재들 즉 그룹들, 스랍들, 그리고 생물들로 확장되었다. 저자는 천사와 사탄, 그리고 이들 하늘의 존재들에 대한 정경과 외경 그리고 고대의 문헌들을 살펴보며 각각을 잘 정리해 줌으로 읽은 독자들에게 명확한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천사의 존재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하나님께서 그 백성과 가능한 한 많이 소통하고자 하시는 의도로 두셨음을 알 수 있다.

6장에서는 하늘과 땅의 소통방식으로 천사들과 환상이 언급된다. 특별히 성경에 나타난 ‘하늘이 열리다’라는 표현이 하늘과 땅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소통되는 이미지를 전한다. 이러한 소통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요한계시록이며, 계시록은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땅과 연결되었고 하늘에서 진행되는 싸움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기에 이 땅에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라고 보았다. 또한 예배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도록 도와준다.

7장은 하늘과 땅의 소통을 강조하며 ‘하늘에 올라가는 이야기’는 결국 계시를 받아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는 점을 말한다. 그리고 낙원에 대한 이야기에서 예수님이 한 강도에게 언급하신 이야기에서 이미 종말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8장에서는 히브리성경이 생명이 있는 동안 잘 사는 일이 더 중요했음을 언급하며,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언급이 다니엘서에서부터 등장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부활의 소망이 필요한 역사적 정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활의 몸에 대한 이해는 몸과 영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유대적 개념에 더 무게 중심을 두지만 다양한 의견들에 귀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9장은 죽음과 부활 사이에 일어날 일에 대하여 성경 안에서 다양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죽은 자들이 부활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일을 겪게 될지에 대해 그 중 하나의 답을 선택할 수 있으며 다른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원서의 제목은 ‘Heaven’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기존의 많이 접할 수 있었던 ‘하나님 나라’와 관련된 책 중의 한 권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도 강의를 들었던 ‘Gooder’이기에 무심결에 책을 집어 들었다. 목차를 펼쳐드는 순간 생소한 주제들과 그동안 쉽게 간과했던 주제들이 나열되었다. 그런데 ‘하늘에 나타난 은유’와 ‘하늘과 땅의 소통’을 알지 못하면 성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고대 유대인들의 우주관을 엿보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과 땅은 긴밀히 연결되고 소통되며 하늘의 모든 존재들이 이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히브리서 1장 14절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모든 천사들은 섬기는 영으로서 구원 받은 상속자들을 위하여 섬기라고 보내심이 아니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도우심과 소통하고자 하시는 그분의 한없는 사랑과 은혜를 묵상하게 한다. 그리고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 문이 되시어 우리로 직접 소통하도록 그 길을 열어 주심이 감사할 따름이다.

폴라 구더 , ‘마침내 드러난 하늘나라’, 이학영 역, 도서출판 학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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