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제13대 총장, 현 명예교수

이 잔치들은 나라의 위세를 과시하면서도 특히 그리스 침공을 앞두고 모든 방백들과 신복들을 격려하고 단합을 위한 잔치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잔치는 성격상 동일한 목적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두 연회를 아하수에로 왕의 잔치라 말한다. 두 연회는 문학적 구조로는 평행을 이뤄 한 묶음이 된다. 이는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유대인의 두 개의 부림절 축제와 성격상 평행과 대칭을 이루면서 연결된다.

와스디 연회와 에스더 연회는 서로가 평행을 이루면서도 대조를 이룬다. 양쪽 모두가 여인을 드높이는 목적이 있기도 한 잔치였다. 와스디가 베푼 연회는 부녀들을 위한 잔치였다. 왜냐하면, 페르시아 제국에서는 개인 가정집에서 조차도 남녀가 함께 식사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와스디는 여인들을 위하여 따로 즐길 수 있는 연회를 베풀었던 것이다. 이때 아하수에로 왕은 이 잔치에서 왕후인 와스디의 아름다움을 뭇 백성들과 방백들에게 드높여 과시하려고 한다.

그러나 와스디는 백성 앞에 자기의 아름다움을 평가받는 것을 왕비의 품위 손상으로 생각하여 거절하고 만다. 에스더 간택 연회도 에스더를 높이 드러내는 하나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에스더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더 큰 권세의 자리에 앉게 된다. 그래서 와스디의 연회는 그녀의 마지막 잔치가 되어 폐위되고, 에스더의 연회는 그녀가 영광스러운 자리를 확보하는 첫 번째 잔치가 된다.

하만과 아하수에로 왕의 연회와 모르드개의 고위직 승진에 대한 유다인 축하 축제가 정반대의 대조를 이룬다. 왕과 하만의 연회는 유다인을 몰사시키려는 조서에 대한 하만의 계책이 성공적으로 통과되어 왕과 하만이 함께 자축하는 연회였다. 그때 이미 보발꾼들에 의해 각 동에 어명이 전달되고 그 조사가 막 수산성에도 나붙었다. 이 엄청난 조서에 성안 사람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그런 중에 하만은 왕과 더불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승리를 자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서 정면 대조를 이루는 모르드개의 승진 축하 연회에서는 모르드개가 하만 대신에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과 거기에 상응하는 조서를 내린 것에 대하여 유다인들이 축하하고 있다. 하만이 유다인 학살 조서를 작성하던 과정과 똑같이 이제는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조서를 꾸며 각 도에 전하도록 했다. 

즉, 1) 왕의 인장 반지를 받아서 2) 조서를 유리하게 원하는 대로 쓰되 3) 왕의 서기관이 소집되고 4) 모르드개가 시키는 대로 조서를 작성하고 5) 각 지방의 글과 각 민족의 말로 썼으며 6) 조서 밑에 왕의 이름을 쓰고 왕의 인장 반지로 도장을 찍고 7) 작성된 조서를 보발꾼들을 시켜서 8) 왕의 심부름에 쓰는 날랜 말들을 타고 인도에서부터 에티오피아에 이르기까지 127도에 전하도록 했다. 그래서 수산성에도 그 조서가 나붙었다. 이 과정은 하만의 유다인 학살 조서 작성과 전파과정과 똑같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하만이 시도한 조서는 유다인 학살이고, 모르드개가 만든 조서는 하만의 조서를 무효화시키고 오히려 유다인을 구원하고 원수를 갚는 것이었다.

각 쌍을 이루는 구조들 중에, 첫 번째 연회는 다른 연회에 비해 보다 일반적이고, 결정적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두 번째 연회는 더욱 돋보이며 극적인 결정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연회는 왕후 와스디가 폐위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연회는 에스더의 결정적 고발과 왕의 분노에 의한 국무총리 하만의 처형으로 연결된다. 이 사건은 극적인 상황과 왕의 약속과 에스더의 고발 그리고 왕의 분노에 의해서 급속하게 진행된다. 

즉 세 번째 왕과의 만남인 잔치에서 왕의 세 번에 걸친 약속인 “그대의 요구가 무엇이뇨. 곧 나라의 절반이라 할지라고 시행하겠노라”와 에스더의 결정적 고발인 “대적과 원수는 이 악한 하만이니이다”, 왕의 분노인 “왕이 노하여 일어나서 잔치 자리를 떠나...저가 내 앞에서 왕후를 강간까지 하고자 하는가?”에 의하여 하만은 도저히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철저한 패배로 결국 자신이 준비한 사형틀에 죽고 만다(7:9-10).

모르드개는 그의 머리에 큰 금면류관을 쓰고 자색 가는 베 겉옷을 입고 왕의 궁정에서 나오는 것을 축하하는 것으로, 에스더의 즉위식을 축하하는 연회와 유사한 점이 있다. 또한 이는 좀 거리감은 있지만 아하수에로 왕이 와스디에게 왕후의 면류관을 정제하고 왕 앞으로 나아오게 명령함으로 있어지는 위기의 연회와도 유사점이 있다. 이들 연회들은 큰 금 면류관을 쓰고 나타나는 중요한 잔치와 관련되어 있다. 이런 위임 있는 큰 잔치에서는 정장의 예복을 차려 입었다. 페르시아의 왕은 자주색 예복과 안에는 흰 줄무늬로 장식된 자주색 베옷을 입었다. 왕이 상을 베풀어 영광을 나타내는 예복은 일반적으로는 전제가 한 가지 색조로 되었다고 한다. 큰 금면류관은 왕의 면류관(kether)과는 다르게 좀 열등한 것(atarah)을 말한다. 그러나 왕은 모르드개에게 푸르고 흰 조복을 입고 큰 면류관을 쓰고 자색 가는 베 겉옷을 입고 나오게 하여 나라에서 가장 높은 신분임을 백성들에게 과시케 했다. <다음호에 계속>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