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정치를 뛰어넘어 포용의 종교로”

최현준 목사(기성 하늘동산교회)

8.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 이프르 지역에서 대치중이던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 기적이 발생한다. 일명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양쪽의 지휘관과 병사들 모두의 동의하에 총을 내려놓고 촛불을 밝히고, 찬송가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서로 용서하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 각 진영의 거센 공격을 미리 알려주고 자신의 진영으로 미리 피신을 시켜주기에 이른다. 실제 한 병사는 부모님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광경은 평생토록 잊을 수 없어요, 살인과 죽음 속에도, 인간이란 존재는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915년 크리스마스는 제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입니다.”

이 세상은 강제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만든다. 십자가의 은총을 받은 우리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분열의 폭격 속에서도 십자가의 기적을 이룰 수 있고, 이루어야 할 것이다.

“나노 사회의 희망, 십자가”

1. 트렌드 코리아 2022, 2023의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나노사회이다. 연대감, 공동체가 주는 의미와 안정성을 부정한 채, 최소단위의 모임이 이 사회의 트렌드가 되었다. 타인이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여긴다. 그러나 나의 자유와 공간이 확보될수록 알 수 없는 공허함과 허무함이 마음에 스며든다. 작금의 상황은 “왕이 없으므로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이스라엘과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여인을 취하던 노아의 시대와 같다. 

2. 나노사회는 결국 무연사회(無緣社會)로 도달할 뿐이다. 군중 속의 고독을 넘어 스스로 자신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미명(美名) 아래 비참한 죽음, 고독한 죽음에 이를 뿐이다. 나노사회의 다른 말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회이다. 그것은 각기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가는 시대를 일컫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모든” 여인을 취하던 노아의 시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갔던 사사시대.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흑암으로 나아갔건만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빛에서 벗어났기에, 말씀을 거부했기에. I‘m lost without you.

3. 살다 보면 누구나 다른 이의 보살핌, 안아줌, 물 한 방울의 도움이 애타게 절실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노사회에 적응된 사람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도와달라는, 살려달라는 외마디 비명조차 하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명을 내리셨다,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사랑하는 사람은 더 이상 나를 위해서 살지 않습니다. 공기 같은 사랑을 하세요. 상대가 있어서 마음 편히 숨 쉴 수 있는 사랑을 하세요” 웹툰드라마 “나빌레라”의 대사이다.
수가성 여인에게 주셨던 생명의 샘물을 나눠주라고 말씀하셨다. 숨 쉬지 못하는 자들에게,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자들에게 하나님의 루아흐를 전하라고 말씀하신다.

4. “주님!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메마르고 가난한 이곳 조선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 땅에 저희를 옮겨 와 심으셨습니다. … 조선의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아멘.”

-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문-

5. 예수님은 자신의 피와 살을 주심으로 생명을 주셨고, 언더우드 선교사님은 자신을 불태움으로 어둠의 땅에 밝혔다. 이제는 우리, 아니 나의 차례다. 조각난 사회, 모든 관계가 끊어진 무연사회 속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자들을 하나님께 인도하고, 깨진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십자가 다리뿐이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기를 바라며 내 영혼을 하얗게 불태워 재가 될 순 없을까? 맛 잃고 밟히는 소금이 아니라 맛을 내며 녹아 없어지는 소금이 될 순 없을까? 썩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인생을 향해 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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