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월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의 「냉정한 이타주의자」(출판: 부키)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전 세계 소득분포를 보여 주는 아래 그래프를 보자. 가로축 0~25는 소득이 가장 낮은 25퍼센트의 인구를 나타낸다. 75~100은 소득이 가장 높은 25퍼센트를 나타낸다. 당신의 연소득이 5만2000달러(한화 약5,800만원) 이상이라면 전 세계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한다. 소득이 2만8000달러(미국 노동자의 평균 소득-한화 약3,100만원)만 돼도 전 세계 상위 5퍼센트에 든다. 심지어 연소득이 미국의 빈곤기준선인 1만1000달러(한화 약1,200만원-월평균 약 100만원) 이하라 하더라도 나머지 85퍼센트에 비교하면 부자다. 하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보자. 여기에 속하는 12억2000만 명은 하루 수입이 1.5달러 미만인 ‘극빈층’이다. 극빈층의 생활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MIT 경제학자 압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더 듀플로 교수가 13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자. 극빈층은 수입의 대부분을 식비를 쓰는 데도 하루 섭취 열량이 평균 1400칼로리에 불과하다. 가정에 라디오를 구비해 두긴 해도 전기, 화장실, 수도 시설은 없다. 의자나 탁자가 있는 집은 10퍼센트도 안 된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선진국 사람들은 소득분포 곡선의 꼭대기에 위치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하기 때문에 같은 돈이라도 자신이 아닌 빈곤층을 위해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선행을 할 수 있다. 당신은 특별한 나라에 살고 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사실로 미뤄 당신은 아마 나와 마찬가지로 연소득이 1만6000달러(한화 약1,800만원, 월수입 약150만원) 이상일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은 세계 인구의 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한다는 뜻이고, 이건 특별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의 갖가지 문제에 기가 질려 더러 이렇게 중얼거린다. “내가 나서서 도와 봤자 양동이에 물 한 방울 더 보태는 격이지 뭐가 달라지겠어.” 그러나 문제는 물 한 방울의 크기지 양동이의 크기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매우 커다란 물 한 방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같은 비용으로 우리가 누리는 편익보다 100배나 더 많은 편익을 남에게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수천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가진 것은 참 많지만 우리교회가 가진 것은 많지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한국사회가 많이 부유해졌지만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습니까?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참 많은데 내가 할 일은 없고, 선교지에 보내야 할 것도 참 많은데 내게는 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거의 상위 20%안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작은 경제활동에라도 참여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3세계의 가난한 형제자매들을 향한 선교의 시작은 많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있는 것으로도 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요? 장정 오천 명이 먹고도 12광주리가 남았던 기적은 어린 소년의 물고기 두 마리 보리 떡 다섯 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우리나라에, 우리교회에 그리고 내 가족과 나에게 우리 주님이 주신 것들을 되돌아보면 어려운 선교현장의 형제자매들에게 보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데 말입니다. 생명의 물 되신 주님을 모시고 있는지, 아니면 양동이만 바라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가 아닐런지요? 재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믿음이 없어서는 아닐런지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한 바울의 고백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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