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문에 제천중앙교회의 중고등부는 많은 인원으로 활기가 넘쳐났다. 지금은 나이 쉰을 넘긴 그 때의 중고등부 학생들의 대다수는 그로부터 신앙의 가문을 이루고 대를 이어 모범적인 믿음생활을 하고 있으려니와 그중 일부는 혹시 삶의 과정에서 주님을 망각했었다할지라도 학창시절에 주님을 만났던 추억을 돌이켜 믿음을 회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모두가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마음에 합한 아들로 인하여 그녀는 행복하였다. 그녀는 복이 많은 여자였다.

그러나 생활형편은 여전히 빠듯했다. 돈 없이 시작했던 가게라서 여유를 가질 여력이 없는 때문이었다. 그녀는 돈거래가 정확하고 신용을 재산처럼 여기는지라 밥을 굶어도 돈 약속을 어기는 법이 결코 없었다. 그러자니 삶은 늘 쪼들림의 연속이었다. 가난을 재처럼 머리에 이고 살면서도 마음에는 하나님의 자녀 된 자존감과 감사가 넘쳐 그 사랑을 이웃에도 나누어주려 애썼다. 워낙 성품이 온화하고 행실로도 좋은 본을 보이는 덕에 시장 안의 점주(店主)들도 그녀를 신망하고 좋아하여 한가한 시간이면 그녀의 비단가게에 모여 이런저런 삶의 애환들을 털어놓고 서로 위로하는 일이 잦았다. 그녀는 이야기를 매우 조리 있고 재미나게 하는 재주가 있어서 사람들은 대체로 그녀의 하는 말을 듣고는 맞장구를 치며 공감을 표시하는 터라 그녀는 자주 성경 속 지혜로운 여자의 모형을 들어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는 결국 모든 지혜와 명철과 능력이 하나님께 있음을 알려주고 믿음을 권면하는 것으로 말을 맺곤 하였다. 총명하고 현숙한 ‘아비가일’은 병사를 가진 노(怒)한 다윗으로부터 집안을 구해내었거니와 하나님 앞에 순전한 ‘에스더’는 이민족(移民族)으로서 거대한 바사왕국의 왕비가 되고 마침내는 믿음의 용기로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은 자기 민족을 구해내는 역사를 이루었으니, 가문을 살리고 나라를 구하기도 하는 여인의 영향력은 어느 시대 어떤 환경에서도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여자들은 그녀가 전하는 비유에서의 교훈적 의미를 이해하고 한 가문에 속한 여자로서의 자기 처지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마음을 새로이 하는 이도 있어서 슬기로운 몇몇 점주는 그녀의 권면을 받아들여 교회에 나가게 되고 드디어는 예수를 주(主)로 영접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면(面)·리(里)의 사람들이 시내에 장을 보러 나왔다가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며 그녀의 가게에 머무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때도 그녀는 국수나 부침개 따위의 먹을거리를 사와 대접하며 예수님 믿으시라는 권유를 잊지 않았다.

전도의 열매가 결실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부지런히 복음의 씨를 뿌리는 한편 결실을 얻기 위한 노고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음이 가는 곳에는 물질도 따라가기 마련이었다. ‘선물은 그 사람의 길을 너그럽게 하며.....’(잠18:16)라는 말씀에서 보듯 베푸는(선물) 행사는 완고한 마음을 여는 좋은 기제(機制)역할을 하는 법이다. 그녀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는 것뿐 아니라 자그마한 물질로 호의를 전하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형편이 많이 어려운 처지임에도 개인행사로서의 선교비용을 얼마간 정해놓고 그 책정한 돈을 잘 나누어 규모 있게 사용하면서 전도를 했다. 구역장으로서 구역원에 심방을 가도 작은 생필품 하나라도 꼭 사들고 갔다. 성경을 달달 외우다시피 하는 그녀는 모든 생활방식을 성경에 기저(基底)한 교훈으로서 근간을 삼았는데 잠언에는 이런 말씀도 있었던 것이다. ‘너그러운 사람에게는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고 선물을 주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느니라’(잠언19:6). 부족하고 쪼들리는 삶 속에서도 그녀는 하나님을 향한 최선의 헌신으로서 믿음의 씨를 뿌리고 정성을 들여 그 밭을 경작하면서, 가문 날에 농부가 물꼬를 내어 물을 대듯 정성스런 애정을 가지고서 베풀며 나누기를 즐거이 행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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