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임진각순례자의 교회 담임)

‘박솔미’ 님이 쓴 『오후를 찾아요』(출판:빌리버튼)를 읽으며 우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계산을 정확히 못 한다. 하나도 빠짐없이 체크하고 실수가 없도록 살펴보는 일은 내게 쥐약이다. 나의 이 ‘못하는 일’은 회사에서 유난히 크게 표시가 난다. 광고회사에서는 촬영을 하기 전에 각 장면을 어떻게 촬영할지 세세히 적어놓은 일종의 계획표를 만든다. Pre Production Meeting Book인데 줄여서 PPM북이라고 부른다. 촬영 전에 모든 스태프가 모여 일종의 점검 회의를 할 때 필요한 문서이다. 이전에 만든 PPM북이 너무 빈약해서 새로 보충된 버전의 PPM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정한 PPM북을 PD님한테 전달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새로운 PPM북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전의 것을 프린트해서 가져다드렸던 것. 결국 똑같은 PPM북을 받아보았으니 팀장님 눈에는 보충된 것이 하나도 없는 셈이었다. 당연히 크게 실망을 한 PD님은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내셨다. 나는 그날 따끔하게 혼이 났다. 무엇보다 괜한 두 사람을 무능력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것이 잘못이라고 하셨다. 백번 맞는 말씀이다. 정말로 잘못을 했다.

                 “우리끼리는 관대하더라도 대사회적인 일에는 철저해야 합니다.”

나는 나의 꼼꼼하지 못한 점 때문에 늘 괴로웠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이런 건 제발 좀 고치고 살자.’는 목록은 갑자기 꼭 채워졌다가도 이내 텅 비워졌다. 좋게 말하면 맘 편히 사는 사람이고, 또 나쁘게 말하면 발전 없이 사는 사람이다. 기분 좋은 어느 날에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아, 나는 큰 그림을 보는 리더형 인재인가 봐, 얼른 승진해서 팀장이 되어야지, 작은 디테일은 팀원들이 챙겨주면 되니까.” 팀장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쳤을 이 위로를, 나는 스스로에게 슬쩍 건네곤 했다.

이 글을 읽으며 왠지 모를 동의가 느껴집니다. 나 자신도 실수가 잦기 때문입니다. 그렇지요!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취미가 아닌 일에서는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관용하더라도 타인 앞에선 자신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철저해야 합니다.

우리는 교회의 각종 봉사에서 실수가 되었을 때 이해하고 용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자기희생적 봉사이고 섬김이며 헌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사회적 일 앞에서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준비와 책임성 그리고 윤리성을 수반해야 합니다. 성도 간에는 곧, 우리 자신에게는 관대함으로 서로를 돌보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철저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금과 빛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못했기에 사회적 신뢰와 리더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렸습니다.

요즘 교회에 속한 이들의 정치적 표현이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책임성과 윤리성에 대한 부분에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적 책임성과 윤리성이 복음은 아닙니다만 사회적 책임성과 윤리성을 담보할 때 복음이 세상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끼리는 관대하더라도 대사회적인 일에서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위 작가는 자신에게 관용적인 반면 타인 앞에선 자신에게는 철저하지 못했기에 스스로의 위로에 족해야 했습니다. 성도 간에는 관대하지만, 세상에 대해서 철저하지 못하면 우리도 스스로의 위로밖에 못 받게 되고 주님께도 인정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회를 한없는 사랑의 공동체로 만듭시다. 하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철저함을 갖춥시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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