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는 누구인가? 

이용봉 목사(기성 전주중앙교회)

그 제본된 책을 가죽 보자기로 싸고 네 귀퉁이에 묶인 끈으로 둘러 묶는다. 이것을 코우덱스(codex)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하나의 코우덱스 속에는 대여섯 개의 책이 같이 제본된 것이 보통이다. 알리가 깬 항아리에서 나온 13개의 코우덱스 속에는 필경 60여 개의 책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신약성경보다 많은 분량이다.

이 지저분한 가죽 코우덱스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모두 재수 없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알리는 그 코우덱스를 북북 찢어 일곱 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7개의 코우덱스가 만들어졌다.

파피루스를 손에 든 아이들은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았기에 모두 알리에게 되돌려주었다. 알리는 아이들이 돌려준 코우덱스를 터번을 풀어 두루루 말아 등에 메고 어깨를 둘러 가슴에 잡아맸다. 그리고 캔 사바크를 낙타에 싣고 집으로 돌아와 아무 생각 없이 등에 메고 있었던 파피루스 코우덱스를 쇠죽 쑤는 곳간 방 지푸라기 더미 위에 내던져버렸다. 그날 밤 알리의 엄마가 화덕 오븐에 불을 지피러 나갔다가 헛간에 던져진 파피루스를 보고 죽죽 찢어서 지푸라기와 함께 불쏘시개로 썼다. 다행스러운 것은 불쏘시개로 조금 썼다는데 있다.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 BC 356~323)은 BC 332년 이곳 나그 함마디를 정복했고 그의 사후 프톨레미 왕조가 다스렸다. 이후 4세기 동안 이 지역은 철저히 희랍문화의 지배 속에 있어 희랍어가 통용되었고 전통적인 이집트 고전 상형문자와 공존했다. BC 6세기부터 이곳에 예레미야 선지자 등 유대인들이 대거 이주하였고, 1-2세기 경에는 유대계 기독교인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면서부터 이곳은 절묘한 문화적 융합이 일어났다. 다원주의적 신화 세계의 원조 격인 풍요로운 이집트의 다신론 문화와 율법주의적인 유일신론의 헤브라이즘과, 사랑의 복음인 기독교 문화의 자연스러운 혼융(混融)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유대교는 쇠퇴하고 기독교 공동체가 이 지역의 주류로 부상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신앙적 삶의 형태는 수도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도자 중 이집트의 안토니(Antony, c. 251~356)라는 수도승을 꼽을 수 있다. 이 안토니의 뒤를 이은 수행자가 바로 파코미우스(Pachomius, c. 290~346)였다. 파코미우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아타나시우스보다 약간 연상이다. 파코미우스는 모든 공동체적 기독교 수도원의 첫 모델을 만든 사람으로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띠지만, 도마복음서를 전해준 주역이기도 하다.

파코미우스는 나그함마디 지역 체노보스키온의 콥틱어를 쓰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콘스탄티누스의 북아프리카 로마군대의 병정으로 징집당해 끌려나가 나일강 변에 있는 룩소르보다 약간 상류 지역인 이스나(Isna)에 주둔하던 중 동료 장병 가운데 콥틱 크리스천들을 만나 그들의 삶의 진지함과 신분ㆍ계급을 완전히 해탈해 버린 개방적인 이웃사랑 정신에 감명을 받고, 제대 후 체노보스키온에 귀향하자마자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다(314).

그 후 덴데라(Dendera) 가까운 곳, 나일강 동편의 버려진 동네에 수도원을 짓고 담을 높게 둘러쌓았다. 그는 이곳을 타벤니스(Tabennis)라고 불렀는데(318), 이것이 인류 사상 최초로 본격적으로 시도된 기독교 수도원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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