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되게 주를 섬기고, 삶의 현장에서도 최선으로 열심히 일하는 그녀에게 주님은 선한 행로를 준비하시고 인도해주셨다. 작은 비단가게를 인수하게 된 것이었다. 이제는 비단보따리를 들고 종일토록 발품을 팔고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공간이 생겼으니 팽개쳐두다시피 한 자식들을 부족한대로 건사할 수도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면 책가방을 든 채로 가게로 왔다. 가족 간에 부족한 담론들이 그 공간에서 이뤄졌다. 중학생이 된 큰아들은 필 단위의 비단을 틀에 말아 진열해주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는 가게 문을 열고 닫고, 불붙은 연탄을 날라서 가게 아궁이에 넣어주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그에게서 어릴 적 유약하고 왜소한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제법 장성한 청년 티까지 날만큼 건장한 체구에 눈빛은 총총하고 행동거지가 의젓한 장남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사려가 깊고 또래들을 잘 통솔해 따르는 친구가 많고 제법 인기가 있었다.

친구들은 의리가 있어서 제집처럼 드나들며 곧잘 가게 문을 여닫아주기도 했는데 나무판에 철판을 덧댄 문짝은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미닫이 식으로 끼워 맞추는 철판문짝이 예닐곱 개나 되어서 가게 문을 여닫고 나면 진땀이 날 정도였지만 녀석들이 자주 우르르 몰려와서는 순식간에 그 일을 해치우곤 하니 그런 아들의 친구들을 그녀는 아들과 진배없이 귀하게 대하였다. 나중에 큰아들이 대학공부로 서울로 가고 없을 때에도 고향에 남아있던 아들의 친구 몇몇은 수년을 그침 없이 자기 일처럼 가게 문을 열고 닫아주면서 아들노릇을 대신 해주기도 했다. 허약하고 존재 미미해서 남 눈에 잘 뜨이지도 않던 아들이 저렇듯 건강하고 안팎으로 실팍해지기까지 그녀가 눈물로 기도하면서 드린 공(功)은 또 얼마나 지대했을 것인가. 그녀는 날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정예배를 드렸는데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모형이야말로 아이들을 건강하고 총명하게 키울 가장 적합한 양육방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사람을 지은바 목적이 그분을 영화롭게 하며 찬양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하고, 여호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삶이 축복의 비결임을 성경 속 인물의 신앙모형을 들어 설명해주곤 했다. 성경으로 훈계 받은 아이들은 육체가 자라고 지식이 불어날수록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체득하고, 겸손함으로 더욱 하나님을 섬겼을 뿐 아니라 가족간에도 그 유대감이 남달리 돈독하였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잠9:10)

큰아들은 특별히 대견스러운 구석이 많았다. 태중에서부터 영적인 인격체로 구분하여 관리해온 때문인지 어린 나이에도 영성(靈性)이 느껴지고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을 잘 구별하여 행하는 특성을 가졌다.

아이가 자라면서 어미의 속을 썩이는 일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만 놀랍게도 그는 장성하도록 그 어미의 속을 썩이거나 마음을 상하게 하 일이 결단코 한 번도 없었다.

어린 나이에 호주(戶主)가 되어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할 책임감을 느껴선지 모든 일에 진중하고 특히 모친에게는 세상에 그런 효자가 없을 정도로 극진하게 대하였다.

또 중학교시절부터 그를 따라 교회에 안 가본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많고 많은 친구와 후배들을 교회로 인도하였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