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인류가 지속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윤리적 규범들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 가운데 윤리가 없다면 인간의 거칠고 숨어있는 욕망이 스프링처럼 자꾸만 튀어 오를 것이다. 그러나 윤리는 언제든 스프링처럼 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인간의 마음을 붙들어줄 수 있게 해 준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실존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미적 단계와 윤리적 단계 그리고 종교적 단계이다. 미적 단계인 인간은 아름답고 좋은 것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아름답고 화려한 것을 추구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본능이다. 그 어느 누구도 어둡고 불쾌한 것을 추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좋은 것을 추구한 나머지, 그 좋은 것들은 유한성을 지닌다는 것을 망각하고 말았다. 인간이 추구하는 욕심은 무한하지만, 그 욕심을 채워줄 재화는 유한하다. 유한한 재화와 무한한 욕심으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 좋은 것을 추구하려고 다툼을 할 때도 있다. 미적 단계 즉 유아기적 단계에서 인간은 자신들의 욕망으로 인한 한계를 스스로 발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적 단계에서 한걸음 성숙한 윤리적 단계를 추구하게 된다. 윤리적 단계에서 사람들은 유한한 재화의 한계를 인식하게 된다. 동시에 자신들의 끝없는 욕망과 탐욕을 내려놓는 윤리적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윤리적 단계에서 비로소 인류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윤리적 존재로서 인간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우선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서로 양보하는 법을 배운다. 무조건 원한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없는 윤리적 성찰을 통해 공동체에서 인류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윤리적 존재로서의 사람은 그렇지 못한 행동을 할 때 반성하게 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윤리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닌 아프리카 대 자연의 초원 안에서는 윤리가 존재할까? 우리는 가끔 자연이나 환경 다큐 프로그램을 보면 거대한 초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세계를 보게 된다.

  우리는 사자가 새끼 사슴을 사냥하는 것을 보고, 사자에게 비윤리적인 행동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순간 사자가 미워 보일 수는 있지만, 그 사자에게 우리는 돌을 던질 수 없다. 우리가 사자에게 새끼 동물을 사냥해서는 안 된다고 윤리적 잣대를 제시할 수 없다. 동물에게서는 윤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동물에게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고 본능인 것이다. 아마존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에게서 윤리는 발견되지 않는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윤리가 필요 없다. 원래 하나님이 만든 창조 세계는 윤리가 필요 없었다. 신의 걸작인 자연에게서는 윤리가 별도 필요 없었다. 자연 안에서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어떤 윤리적 체계나 간섭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원래부터 윤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연과 달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에서는 윤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서히 자연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자연 안에서도 인간에게 적용되어야 할 윤리적 규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연을 우리에게 적합하도록 사회적 공동체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윤리적 잣대가 자연 안에서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으로 들어가 야생 동물들을 포획하고 동물을 학대하기 시작한다. 원래 스스로 잘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이젠 인간의 윤리적 규범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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