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자연은 스스로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아무의 간섭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자연은 어느 것 하나의 간섭이 필요 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태초에 하나님이 자연을 창조하실 때, 자연 안에는 스스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생태적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었다. 자연은 원래부터 사람의 손길이나 그 어느 것 하나 간섭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자연에 서서히 사람의 검은 손이 뻗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의 숲에 사람의 손길이 하나 둘 씩 뻗치면서 자연의 초록은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대자연의 숲에 들어오면서 인공 구조물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그 자리를 지키던 자연의 여러 생명체들이 숲으로 깊숙이 피신을 가고 말았다.

우리는 가끔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들을 보게 된다. 원래 동물들이 지나가는 길을 사람들은 도로를 포장하고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다니던 길에 자동차가 그들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자연보호단체에서는 해마다 동물들이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면서 사람들과의 공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봄철이면 번식하기 위해 두꺼비들이 도로 위를 건너다가 자동차에 깔려 목숨을 잃는다. 그래서 동물보호단체들은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도로 위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산란 기간 동안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원래 그 길은 사람들이 다니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아니라 두꺼비들이 지나 다니는 길이었다. 처음부터 두꺼비와 개구리들의 길목에 사람들이 인공 구조물을 하나씩 설치하면서 그들은 터전을 빼앗기고 말았다.

자연 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인간중심주의는 자연을 서서히 배척하기 시작한다.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둘 사이의 오랜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과는 달리, 자연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명확하다. 자연이 먼저였다. 하나님은 자연을 먼저 창조하시고 그 자연을 잘 돌볼 수 있고 경작할 수 있도록 사람을 만드셨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식의 오해에서 비롯된 인간중심적 가치관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간중심적 해석을 통해 자연을 지배하는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결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다시 말해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생명체들을 보존하기 위한 터전이다. 자연의 생명력은 단지 인간만을 위함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간주하듯, 마음대로 개발하고 땅을 파헤치면서 흙 대신에 시멘트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방송에서 갯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보도한 적이 있다. 누구나 갯벌 다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갯벌 속에는 해산물과 갑각류, 조개, 새우, 어류, 고동을 비롯해서 수많은 생명체들이 삶을 이어가는 터전이다. 갯벌 속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자연적으로 박테리아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정화시켜 수질을 개선시켜 준다.

갯벌은 육상과 바다를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놓여있다. 두 지점에서 홍수가 나면 갯벌은 물의 흐름을 더디게 해주고, 갯벌이 그 물을 어느 정도 저장하여 바다로 흘려보낸다. 만약 갯벌에서 민물을 저장하지 않고 곧바로 바다로 흘러 내려가면 바다의 소금 농도가 떨어져 바다 생물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갯벌은 바람의 흐름을 막거나 직접적인 세기를 흡수해서 해풍으로 인한 육지의 피해를 줄여준다. 갯벌이 없다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육지에 바로 도달하게 되면 바람의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갯벌을 파헤치고 시멘트로 방파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갯벌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수 없게 되면서 여러 생태환경의 문제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갯벌이 사라지면... 수많은 미생물의 분해로 인한 화학적 작용은 없어지고, 많은 어류와 조개 및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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