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봉 목사(동대전성결교회 원로)

품격이란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다. 물질만능과 알고리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품격의 강조는 마치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폐물처럼 유행에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마음에 아로새겨진 품격은 사람이 영원히 품어야 할 품성과 인격으로 생물학적인 수명을 넘어서 역사만큼 장수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성과를 올리고 경험을 쌓는다 해도 그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인생이라도 불완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품격은 평생을 두고 완성해야 할 것 같다. 

세상에는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공통되는 점은 예의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예의는 하루아침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과 환경으로 갖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뉴얼을 읽는다고 해도 쉽게 갖출 수 없다. 

“예의에 품격이 있다고 하지만, 요즘 같은 현실의 성과주의 사회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시 능력과 실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시대건 예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예의는 인간(人間)이 갖춰야 할 덕목(德目)이다.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이 네 가지가 없는 사람은 “사(四)가지 없는 놈”이라 했고, 이것이 변하여, “싸가지 없는 놈”이 되었다고 한다.

1.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이고,
2. 서대문은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고 돈의문(敦義門)이고,
3.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이며,
4. 북문은 지(智)를 넓히는 문이라는 뜻으로 홍지문(弘智門)이라 한다.
5. 중심에 가운데를 뜻하는 신(信)을 넣어 보신각(普信閣)을 세웠다.

한양 도성을 오상(五常)에 기초하여 건립하였던 것이다.

오상(五常)이란,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덕목이다. 인(仁)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불쌍한 것을 보면 가엾게 여겨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고, 의(義)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은 미워하는 마음이며, 예(禮)는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하며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고, 지(智)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고, 신(信)은 광명지심(光名之心)으로 중심을 잡고 항상 가운데 바르게 위치해 밝은 빛을 냄으로써 믿음을 주는 마음이다.

보신각이 4대문 중심에서 종을 울리는 것은 인, 의, 예, 지를 갖추어야 인간은 신뢰할 수 있다는 유교적인 철학이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사가지(싸가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언제 어떤 경우에도 품격을 갖추기 위한 키워드는 ‘천박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틀림없이 품격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품격은 인생을 이끄는 힘이자 세상을 비추는 촛불이 될 것이다. <성거에서 허상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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