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시간은 크게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나눌 수 있다. 크로노스는 일상적인 어제와 오늘 그리고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일컫는 연대기적 시간을 말한다. 크로노스는 시계의 바늘처럼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주기로 일정하게 변하는 시간을 말한다. 반면 카이로스는 특별한 기회나 의미가 부여되는 시간을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크로노스의 시간은 어제와 오늘처럼 시계 바늘이 움직이면서 일상적으로 이어진다. 어제처럼 오늘도 늘 감사하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일상은 크로노스적 시간 개념에 의한 것이다. 일상적인 시간 가운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남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들이 늘 다가오기 마련이다.
  2021년 12월 31일과 2022년 1월 1일은 어제와 오늘에 불과하다. 이런 시간은 크로노스적 시간이다. 하지만 새해에 우리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다짐한다. 새해 우리는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도한다. 이런 의미에서 새해 1월 1일은 단순한 일상적인 크로노스 시간을 뛰어넘고 카이로스적 시간이 되는 것이다.
  연인들이 어제와 오늘 만나서 데이트를 즐기는 일상적인 시간들은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그들의 일상적인 추억들이 모여 결국 사랑이라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연인들은 둘이 하나가 되리라는 약속을 통해 결혼을 하게 되면서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 커피 마시는 시간들은 결국 의미있는 결혼이라는 카이로스적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크로노스는 일상적인 시간이면서 카이로스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일상적인 크로노스의 연속선 상에서 특별한 의미와 기회들이 찾아와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자연은 항상 크로노스적 시간으로 흘러간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봄, 여름 그리고 가을과 또 겨울은 일상적인 시간이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인 크로노스는 카이로스적 시간과 공존한다. 크로노스의 자연은 카이로스적 자연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어제와 오늘 강렬하게 내려쬐는 태양의 빛을 받아 자연은 무럭무럭 초록의 싱싱함을 유지해 나간다. 자연이 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는 메말라 가는 대지를 촉촉이 적셔 강과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게 생명수 역할을 한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으로 자연은 계절의 변화를 만들어간다. 자연은 과실에게 더욱 색을 발하여 잘 익을 수 있게 한다. 일상에서 자연은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늘 바쁘다.
  마침내 자연은 크로노스의 시간에서 가을의 추수를 기다린다.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자연은 일상에서의 시간을 통해 대자연의 장식인 추수를 통해 많은 생명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준다. 자연은 결국 카이로스의 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가을의 추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크로노스적 자연의 질서는 결국 카이로스의 자연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에 숨어 있는 두 시간은 창조 세계에서 비롯된다. 하나님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셨다. 창조 그 자체는 의미 있는 시간 즉 카이로스적 시간이다. 창조 이전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적 시간인 카이로스적 시간을 통해 일상적인 시간으로 움직이는 자연은 그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연은 다시 크로노스적 시간을 통해 카이로스적 자연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시간, 즉 크로노스적 시간에서 우리는 놀라운 카이로스적 시간을 발견할 수 있다. 
 

카이로스적 시간은 특별한 시간이나 의미있는 시간을 말한다. 태초에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셨다. 이들은 모든 인류(human kind) 기원이 되고 세상 모든 인류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였다. 하나님은 모든 각 생명에게 짝을 허락하시고 이들의 연합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게 하셨다. 여자와 남자 더 나아가 자연 질서에서 수컷과 암컷의 연합은 새로운 생명 잉태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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