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전도사

김동훈의 죽음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순절인가? 순교인가? 국어 사전적 정의나 교회사의 여러 순교자들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 약간의 애매함을 의식해서인지, 이명직조차 순교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대신 나라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거나, 왕이나 남편의 뒤를 따라 죽은 사람에게 붙이는 순절이란 용어를 빌려왔다.
이후 김동훈을 부르는 공식명칭은 순절자였다. 순절자 김동훈. 그러다가 1987년에 이르러 교단은 김동훈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와 유사한 인물들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순교자, 순직자, 수난자 심의위원회’라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지방회가 제출한 조서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개념 규정을 하기에 이른다.
(1) 순교자 : 복음을 전하다가 또는 신앙의 지조를 지키다가 살해된 성도
(2) 순직자 : 성역을 수행하다가 불의의 변고를 당했거나 성역 때문에 병들어 별세한 사람
(3) 피납자 : 6.25 사변 시 북괴에 의하여 강제납치된 분
(4) 수난자 : 직무를 수행하다가 변을 당한 자와 일제와 6.25 당시 주님과 교회를 위하여 옥고를 당한 자
이 규정에 따라 동 위원회는 3년 뒤 ‘신앙의 지조를 지키다가’의 경우에 김동훈을 포함시킴으로써, 김동훈은 비로소 순교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아울러 그동안 교단 최초의 순교자로 언급되던 박봉진, 김하석 목사를 제치고 한국성결교회 최초의 순교자가 된다.
김문기 교수는 김동훈의 순교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는 순교의 원래 뜻인 증인 곧 그리스도의 증인이었다. 고대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증인은 죽음으로써 그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김 전도사는 죽음으로써 그리스도 증인의 역할을 신실하게 감당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순교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자기를 핍박하고 죽인 사람들에 대한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다고 말하나 죽지 않고 아직도 살겠다고 꿈틀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김동훈 전도사는 죽음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한 순교자가 분명하다.
■ 결론
김동훈의 죽음에 대해 이명직이 왜 그렇게 민첩한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질문이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인간적인 애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황막한 광야에 여행하는 자/ 북풍한설 모진 풍파 쓸쓸하구나/ 사면에서 들리나니 맹수의 소리/ 생명을 삼키려고 부르짖누나.” 그는 미리 알고 있었을까? 순교하던 해 ‘활천’에 실린 김동훈의 시 한 소절이다. 생명을 삼키려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맹수의 소리라는 대목에서 그 죽음의 초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는 이명직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함경도 북청에서 이명직 목사의 부흥회에 참석하여 은혜를 체험하고 사명자의 길을 택한 이후, 김소순이라는 정삼품 집안의 자제를 아내로 소개한 것도 그이며, 경주나 조치원 등으로 목회지를 옮길 때마다 주선한 것도 그이고, 순교하던 해, 윗글을 시작으로 시골 전도사의 글을 교단지 ‘활천’에 세 번이나 실은 것(1928년 3, 8, 9월호)도 그이며, 순교 후 그의 순절기를 ‘활천’에 싣고 또 소책자로도 발행하는 등 발 빠르게 교단적, 교계적 관심을 이끌어 낸 것도 그이다. 혹 이명직의 애제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대목이다.
둘째, 그 애제자가 교단의 핵심가치를 지키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성결교회의 기치는 사중복음이요, 그중에서도 성결은 우리의 핵심가치다. 교단 초창기에, 성결교회가 아직 주류 교회로 편입되지 못하던 때, 다른 것도 아니고 그 핵심가치로 인해 거룩한 죽음이 발생했다는 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지 않았겠는가?
셋째, 무엇보다 20년대의 성적(性的) 흑암을 몰아내고 성결교회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20년대 한국교회는 눌려 있었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것이다. 더욱이 성결교회는 초창기 교단 중심인물들의 스캔들로 ‘성결’이라는 이름이 빛이 바랬다. “목사도 뭐 똑같네.” ‘성결교회라고 뭐 별수 있나?” 그런 사회적 조소가 커져갈 때 김동훈이 등장한 것이고, 이는 교단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1923년에 이명직 목사가 그 동시대의 남녀들에게 신신당부했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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