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제일교회 담임)

‘이덕일’ 님의 『역사에게 길을 묻는다』(출판:이학사)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당나라를 크게 중흥시켜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연 태종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임금으로 꼽히는 인물인데 하루는 그가 좌우 신하들에게 “창업과 수성 중 어느 것이 어려운가?”라고 물었습니다. 제상 방현령은 창업이 어렵다고 답했으나 또 다른 제상 위징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예로부터 제왕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천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생활에 빠져 천하를 잃는 예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성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태종은 두 사람 말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옳다. 방현령은 나와 함께 1백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 천하를 취했으므로 창업의 어려움을 잘 안다. 위징은 나와 함께 천하를 편안하게 하는데 항상 교만과 사치는 부귀에서 나오고, 화란(禍亂)은 소홀한 곳에서 생긴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나는 수성의 어려움을 알지만,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갔다. 수성의 어려움은 앞으로 그대들과 함께 신중히 해 나갈 것이다.

                           “창업과 수성, 전도와 정착 무엇이 어려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창업과 수성 중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태종과 함께 당나라를 열었던 제상 방현령은 국가를 세우는 어려움 속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창업이 어렵다고 한 것입니다. 또한 수성이 어렵다고 한 제상 위징은 나라가 세워진 뒤 그 나라를 유지하며 바르게 이끄는데 수고로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수성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떤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다만 내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왜 각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어렵다고 했을까요? 두 사람 모두 충성되게 일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각고의 노력 속에서 환경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삶의 자리는 어떻습니까? 창업의 자리입니까? 수성의 자리입니까?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면 여러분은 잘 가고 있는 것입니다. 좀 어렵더라도 언제나처럼 인내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만의 성취와 가치로움이 열매로 주어질 것입니다. 이를 교회로 접목해 본다면 어떨까요? 성도가 전도되는 것과 정착시키는 것 중 어느 것이 어려울까요? 전도되는 것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착 또한 정말 어렵습니다. 전도에 전념하는 성도들은 의외로 정착을 위한 양육에는 연약한 면모를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정착을 위해 새가족을 잘 돌보고 보살피는 성도 중에는 전도에 달란트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교회의 주 논의가 되도록 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잘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여 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부흥하려면 이 과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성도들에게 전도의 동력을 일으켜야 하고 또한 정착할 수 있는 양육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합니다. 각자의 달란트대로 그 역할을 행함으로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전도를 잘하는 성도들에게는 전도의 환경과 훈련을, 정착을 잘 시키는 성도들에게는 정착에 대한 환경과 훈련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도 잘하는 성도들은 전도가 어려워, 정착을 잘 시키는 성도들은 정착이 어렵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만큼 집중해서 각자의 달란트를 충성되게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의 시대에 무슨 전도를 논하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이 교회의 이러한 환경을 분석하고 조성하고 준비하여야 하는 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는 이제는 종식되든지 아니면 함께 가든지 할 것입니다. 이때 성도들이 더 충성되게 일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준비하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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