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전도사

박승명 사건의 처리가 서북의 독단이라는 주장으로 번져나가면서 1930년대 중반 장로교회 분열의 중대한 원인으로 확대되기도 하였다.
또한 1928년은 감리교회 이용도 목사의 부흥운동이 절정에 이른 시기이기도 하다. 그의 신비적 경건이 빛을 발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그가 장로교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1932년 피가름의 교리를 창안하고 퍼트렸던 백남주, 한준명 등과 회합하여 예수교회를 창립하여 나가게 된다. 이 피가름의 교리란 다른 아닌 무질서한 혼음을 정결예식으로 둔갑시켜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교회를 괴롭혀 온 반기독교 윤리의 근원이다. 유명화, 한준명, 백남주 등의 성주교회와 예수교회의 출현은 한국 기독교 역사에 있어 큰 상처를 남겼다.
바로 이 시기에 황국주라는 희대의 인물도 출현하였다. 그는 수염과 머리를 길게 기르고 무리를 끌고 유랑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호산나 행진을 흉내 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머리가 예수의 것으로 바뀌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는가 하면, 그의 아버지 황 장로는 황국주의 발 앞에 엎드리어 “주여”라고 외치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이 시기에 일어난 종교적 비정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해방 후 이러한 하나님 또한 그리스도를 참칭(僭稱)하는 이들이 줄어들기는 고사하고, 최근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나님 또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독교 2,000년 역사 속에 이렇게 경건이 무너지고, 이단과 사이비가 횡행한 사례가 또 있을까? 그만큼 한국 사회가 어려웠고 정신세계의 내면이 황폐하였던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던 것이다.
김동훈 전도사의 사건이 바로 그 시대에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경건에 이상 징후가 막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 한국교회 일각에서 기독교 윤리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던 무렵, 김 전도사는 너무도 고지식하게 성결의 윤리를 지키려다가 순절하고 말았던 것이다. 김 전도사는 그 시대에 막 나타나기 시작한 한국교회의 영적 변화에 대항한 신앙인이다.

존 웨슬리를 둘러싼 시대의 정신은 이신론이었다. 그의 주변은 복음주의적 환경이 아니었던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웨슬리에게 보이는 영적 능력은 그의 시대정신과 타협하지 않고 기독교 복음의 정신을 고수한, 거슬러 사는 정신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김동훈 전도사에게 보이는 정신 역시 누구나 타협하기 쉬운 그 시대의 정신에 함몰되지 않고 지켜낸 경건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교회 세습과 목회자의 윤리 문제에 성결교회가 비교적 구설이 적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결의 윤리에 대한 김동훈 전도사와 같은 선구자들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거대 교단이 아닌 성결교회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줄 수 있는 기여가 이러한 성결의 윤리와 전통에 있다고 믿는다.

3) 현대사회와 기독교의 본질 회복
김동훈 전도사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성결의 윤리가 그리스도인의 생활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미치는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1930년대 한국 기독교 안에 일어났던 혼돈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소멸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사회에 주어진 자유 속에 복음적 교회의 성장이 이루어진 만큼 비정상적 경건의 현상 역시 함께 자라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4년 침몰한 세월호를 운영했던 모 해운사와 관련된 구원파 같은 단체들이다. 어쩌면 우리는 1920년대나 1930년대에 비해 더 혼란스러운 가치관 속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윤리적 도덕적 가치관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는데 교회의 윤리교육과 경건훈련은 덜 강조되고 있거나 약화 되었다.
성결교회는 성결의 전통을 강조하였다. 우리는 김동훈 전도사에게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방황하던 청년이었던 김 전도사는 경성성서학원에 입학하여 수학하는 동안 성결의 복음에 대해서 충분히 들었고 또 성결을 경험하였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성결하게 사는 삶을 충분히 가르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이다.

1920년대에는 성결의 체험을 위해 2주에서 열흘 정도의 사경부흥회를 가졌다. 1930년대 후반이 되면서 사경부흥회는 한 주로 줄어들었다. 필자가 중학교를 다닐 무렵인 1970년대에는 4일간 부흥회를 하였다. 최근의 한국교회는 사경부흥회를 주일 저녁예배를 포함해 3일을 넘지 못한다. 우리는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김동훈 전도사가 경험했던 1921년 경성성서학원의 부흥운동이 가능한 것인가를 양적 변화가 쌓여야 질적 변화도 오는 법이다.
오늘날 누구나 성결의 전통을 외치지만 정작 성결의 경험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모자라는 것이 현실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의 종교다. 성서는 본질적으로 계명이다. 많은 신학 이론들이 나오고 있지만 모든 신학은 성서를 이해하거나 실천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박종현(전 관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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