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경제적 인간이라 불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자연의 가치를 상실한 채, 경제 발전과 이윤 추구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자연의 참된 가치의 훼손을 묵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개발과 산림 훼손,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류는 더 이상 경제적 이윤에만 몰두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인간의 형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존재는 호모 이콜로지쿠스(homo ecologicus)이다. 호모 이콜로지쿠스는 자연의 변화에 대해 거부하고 온전히 자연의 첫 만남을 가장 중요시 하는 존재이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걸맞게 하늘은 푸르고 높다. 저녁 노을로 가득한 해질녁의 장관은 그야말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우연히 한강 대교 위를 지나가다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의 경치를 사진으로 담아 온 적이 있다. 말 그대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은 사진 한 장으로 설명될 수는 없지만 사진 속의 자연은 하늘의 기적을 연출하였다.

빈 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별이 빛나는 밤’의 작품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도 부족함이 없다. 그 작품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건물 하나 없이 초라한 마을에 우뚝 서 있는 종탑의 교회를 그렸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너무나 초라했다. 하지만 하늘에서 빛나는 별은 장관을 이룬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별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유일한 공간에서 교회는 하늘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다. 작품에서 사람들이 사는 곳은 초라했지만 자연은 웅장함 그 자체를 표현한다.

반 고흐의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별이 빛나는 하늘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초라하고 나약하다. 거대한 자연 즉 하나님이 만든 하늘과 무수한 별 앞에서 인간은 나약할 뿐이다. 자연이 가진 가치는 장엄하다. 대신 인간은 종탑의 교회로 나아갈 수 있는 종교적 존재임을 넌지시 암시해 준다. 인간은 종교적 존재로서 자신의 나약함을 초월할 수 있다. 고흐의 그림에서처럼 자연의 웅장함과 그 경이로움을 느끼고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연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자연이 하나님의 완벽한 창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호모 이콜로지쿠스, 즉 생태적 인간은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치만을 누리는 것에서 나아가야 한다. 자연의 이면에서 펼쳐지는 경이로움은 하나님의 손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진정한 생태적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누구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경이로움은 결코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의 가치를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알고 있다. 단순히 인식적 차원이나 경이로움에서 시작되는 자연의 웅장함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인식적 차원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은 다시 인간의 삶 속에서 구속될 수 있다. 하지만 인식의 깊이와 넓이를 종교적 차원으로 연장시킬 때 그 가치는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이 소중하다는 인식적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경탄하는 생태적 인간, 호모 이코롤지쿠스의 또 다른 여정이 남아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호모 이콜로지쿠스로만으로 부족하다. 진정한 생태적 존재인 호모 이콜로지쿠스의 마지막 정거장은 기독교생태적 인간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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