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이 산들 부운다, 달 밝은 가을밤에, 달 밝은 가을밤에

산들바람 부운다, 아 너도 가, 이 마음 어이해

산들바람이 산들 부운다, 달 밝은 가을밤에, 달 밝은 가을밤에

산들바람 부운다, 아 꽃이 지면, 이 마음 어이해"

정인섭 씨가 작사하고 현재명 씨가 작곡한 “산들바람”노래가 들려온다. 산들바람에 그리운 마음이 솟구친다. 산들바람이 얼굴에 느껴지는 감촉 보다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문득 옛 생각이 떠오른다. 대학생 시절에 산들바람이 불던 어느 가을날, 사랑하는 친구와 도봉산에 올라가 중턱에서 아래를 바라보면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는 나와 단짝이었다. 그 친구와 산 위에 올라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없이 노래를 불렀다. 아물거리며 보이는 아랫동네 사람들이 우리의 노래를 들을까?

“깊어가는 가을밤에” “동심초” “이별의 노래” “산타루치아” “아 목동아”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보리밭” “봉선화” “선구자” “꽃반지 끼고” “뱃노래” “사랑의 기쁨”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우리는 무대에서 공연을 하듯이 폼을 잡아가며 열심히 불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반주를 맞추어주듯이 짹짹거리며 들려오는 새소리들이 정겹게 들여왔다. 아래 산길로 내려가며 히쭉히쭉 쳐다보는 처녀들, 등산객들이 가끔 손을 흔들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가을바람은 노래를 부르도록 내 입을 열어준다.

나는 왠지 가을이 좋다. “왜 좋으냐?”고 물으면 어떤 사람들은 “추수의 계절이라 좋다”고 하고, 어떤 이는 “먹을 과일이 많아서 좋다”고 하고, 어떤 이는 “단풍이 아름다워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냥 가을이 좋다. 가을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나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 아주 기분이 좋다. 사랑하는 님의 품에 안기듯이 복잡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임하는 듯하다. 마음이 새로워진다. 기쁨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요 사랑하는 님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 산들바람의 촉감을 무엇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달콤한 산들바람” 대목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함께 부르는 편지 이중창이 있다. 백작부인이 “산들바람이 솔솔 부네요”하면 수잔나가 “산들바람이” 백작부인이 “오늘밤에”하면 수잔나가 “오늘밤에” 백작부인이 “속삭이는 소나무 아래에서”라고 하면 수잔나가 “소나무 아래라고요?”라고 이어 부르며 사랑을 노래한다. 산들바람은 사랑을 노래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산들바람을 좋아한다.

산들바람, 나도 산들바람처럼 살고 싶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센 태풍이 아니라 남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산들바람이 되고 싶다. 상대방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는 산들바람이 되고 싶다. 이 땅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비판과 시기 질투의 태풍이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온다. 그래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상대방을 존중해주고, 장점을 칭찬해주며 사랑으로 격려해주는 산들바람이 되고 싶다.

나는 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산들바람이 되고 싶다. 잔잔한 산들바람은 평화를 창조하고 노래를 부르게 한다. 내 이웃의 입이 열려 즐거운 노래를 부르게 하는 산들바람이 되고 싶다.

“또 천사들에 관하여는 그는 그의 천사들을 바람으로, 그의 사역자들을 불꽃으로 삼으시느   니라 하셨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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