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이 흐르는 샘터로 가슴속에 남아 있어”

교단 총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낸 정진경 목사(신촌교회 원로)의 장례예배가 지난 7일 그가 17년간 시무한 신촌성결교회(이정익 목사)에서 한국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기독교인장’으로 엄숙하게 거행됐다.

정 목사의 소천을 슬퍼하는 듯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정익 목사의 집례로 진행된 이날 장례예배에는 엄신형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하 한기총), 김삼환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 회장, 이하 NCCK), 국회의원(한나라당) 이상득 장로 등 교계 지도자들과 신촌교회 성도들 800여명이 참석하여 고인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승리자’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엄신형 목사는 “정진경 목사님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얻어 평생을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셨으며, 세상과 마귀와의 선한 싸움에서 승리하신 어른이시다. 승리의 삶을 사신 정 목사님이 죽음이 없는 천국에서 칭찬을 받으시고 면류관을 상으로 받을 줄로 확신한다.”라면서 “한국기독교 125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기독교회장으로 모시게 된 것은 한국교회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셨던 정 목사님의 뜻을 이어받아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승리하는 삶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이어진 조사에서는 김삼환 목사를 비롯해 고인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던 월드비전 이사장 김선도 목사,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이종성 박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김명혁 목사, 국회의원 이상득 장로, 미국 아주사퍼시픽대학교 왈레스 총장, 교단 부총회장 원팔연 목사가 각각 전했다.

목회적으로 스승과 제자와 같은 관계로 지냈던 김삼환 NCCK 회장은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던 정 목사님이 떠나가시니 기둥 같은 어머니를 잃은 것처럼 너무나 허전하고 슬프다”면서 “하늘나라에 가시더라도 우리 민족의 통일과 한국 교회의 일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교단 부총회장 원팔연 목사는 “목회와 삶속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친히 보여주신 정 목사님의 발자취는 우리 목회자들에게 삶의 바른길을 보여주신 표본이었다. 목사님은 우리 성결교단 성도들에게는 언제나 다정하신 아버지 같은 분이셨으며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샘터이셨다”라고 추모했다.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50분가량 진행된 이날 장례예배는 고인의 최근 생전의 근황과 육성을 영상을 통해 보면서 절정에 달했다.

고 정진경 목사는 생전의 영상을 통해 “누구든지 사람은 하나님 앞에 서는 날이 오는데 과연 자신의 삶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는 고백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라며 마치 죽음을 예견한 듯 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장례예배는 유족들에 이어 조문객들이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장례를 마친 고인은 생전의 뜻대로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한 뒤 경기도 파주의 ‘크리스천 메모리얼파크’에 안치됐다.

이번 장례예식은 한국기독교 역사상 최초로 ‘한국기독교회장’으로 진행돼 한국교회의 양대 기구인 한기총과  NCCK가 모두 참여했다. 이 같은 결정은 고인이 그동안 성결교회의 4중복음에 기반을 둔 열정적 신앙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서도 일해왔던 만큼 그 업적을 기리고자 교단을 비롯해 한국교회 대표적 지도자들의 뜻을 모아 이뤄졌다.

한편, 지난 4일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고 정진경 목사의 빈소에는 교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엄신형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  이철신 목사(영락교회) 등이 조문했다. 이날 조문한 교계 인사들은 고인을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일한 겸손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저녁 10시 10분 노환으로 향년 88세의 삶을 마감한 정진경 목사는 1921년 9월 14일 평안남도 안주 산골에서 태어나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해 신의주 동부성결교회에서 중생을 체험했다. 1948년 서울신학교(현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혜화동교회에서 사역하다가 35세에 교단 추천으로 미국 LA 애즈베러신학대학원 등에서 4년간 유학생활을 했으며, 귀국 후 서울신학대학교에서 14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이후 지난 1974년 신촌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17년간 헌신했다. 정 목사는 본 교단 총회장, 서울신대 이사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대표회장, 월드비전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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