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카리스마, 섭리에 편승한 빛나는 조연

현존(現存) 이 시대의 사회와 기독교 공동체(Geminde) 내부는 ‘으름장 · 어깃장 카리스마’가 지배적으로 난무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삶의 정황’(Sitz im Leben)은 ‘조용한 카리스마’를 교양필수로 대망(待望)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모 교단 총회에서는 증경총회장과 운영이사장에게 ‘출교’(黜敎) 처분을 내렸다. 출교는 가톨릭교회의 ‘파문’(破門)에 해당하는데, 출교는 교리나 윤리상 중대한 잘못과 치명적 하자가 있는 자의 종교적 자격을 박탈하고 교적(敎籍)에서 삭제하여, 당사자를 기독교 공동체로부터 축출하여 유리시키는 기독교 교회법상 최고의 중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출교’ 처분 판결에는 고뇌(苦惱)와 장고(長考)라는 신중함이 동반되어야 하며, 절대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출교’와 ‘파문’은 확대해석하자면, “너는 지옥이다!”라는 선언이다. 즉 , 교단헌법 이론상 지옥을 보내는 셈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1054년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는 교회 정치적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확대재생산한 결과물로서, 서로를 상호 파문하여 관계가 1,000여 년 간 완전히 단절됐다. 이 사건의 원인은 서로가 상대측을 예속시키는데 실패함에 기원한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며 차선책을 발견해 나가는 고도의 작업이다. 지인끼리 바둑을 두다가 형세가 불리하면 한 수 물려달라고 요청해야지, 형세가 불리하다고 해서 바둑판을 뒤집어엎으면 판이 깨진다. 그러므로 적절한 징계는 공동체 쇄신에 활력소가 되나, 과도한 징계는 공동체에 소비적 긴장감과 전율을 발생시킴으로 상호간의 소통을 위축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공동체의 징계는 “사람을 살리고 쇄신하는 징계”가 되어야지, “사람을 죽이고 매장하는 징계”가 되면 안 된다. 과도한 징계로 인한 폐해를 “1054년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상호 파문 사건”에서 우리는 역사적 교훈을 받고 있다.
구약 히브리의 4대 족장 중 하나인 이삭은 아브라함·야곱·요셉에 비해 능동적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측면과 극적인 장면이 취약하고, 원색적으로 비춰지고 각인 될 만한 측면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브라함의 인신제사 시도 시, 수동적·피동적으로 제사물로 봉헌될 뻔한 사건 정도가 이삭이라는 이름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정도다. 그의 조연의 삶은 출생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출생은 아브라함·사라 부부의 믿음 고양을 위한 하나님의 소도구 역할을 했다.
청소년기의 이삭은 인신제사물 사건 당시에 아브라함의 믿음 확정을 위한 보조·특별출연 역할 정도였다. 유목민의 삶을 살아간 이삭은 우물 굴착과 관련된 애절한 사연을 안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있어서, 수자원 확보는 인간 생존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는 현안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삭은 자기가 굴착한 우물 소유권을 여러 번 탈취 당하는 과정에서 무저항으로 일관하며, 고성을 지르지 않았다. 그는 자기 생존의 근거를 물질에 두지 않았다. 제3대 족장 이삭은 하나님 인도의 역사에 자기 몸을 맡기고, 하나님 섭리에 편승한 ‘조용한 카리스마’의 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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