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5 -‘가정폭력 가해자 이해’

가정폭력은 정부와 공공기관 및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그 양상이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가족인 경우가 많고, 피해자들은 절실하게 도움이 요구되는 연약한 노인이나, 여성,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받아 마땅한 아동들이라는 현실 앞에 더욱 마음이 슬프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 가정폭력을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고 신고해야 하는 신고 의무자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잘 노출되지 않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발견하여 도움을 주기 위해서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에게 나타나는 다음의 여러 가지 증상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거나, 일반인과는 다르게 옷, 몸무게, 청결 상태 등 신체적 외형에 이상이 나타난다. 또한, 화나 짜증을 잘 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며, 희망을 상실하고 두려움과 혼란스러운 행동을 표출한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고,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학교 결석이 잦거나 결근이 많으며,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이전과 다르게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그리고 술이나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고, 죽어야겠다는 말을 하거나, 타인을 죽이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신체상 이상으로는 방어 태세를 취했을 때 나타날만한 상처가 신체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나있고, 이러한 상처는 설명과 일치하지 않거나 피해자가 상처에 대한 설명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 또한, 오래전에 다친 것 같은 상처가 여러 군데 발견된 후 치료받으러 온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 아동의 경우 소심하고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거칠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화를 잘 내기도 하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고 자존감이 낮다. 또한, 자신의 부모나 가정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집에 친구를 데려가지 않고 본인도 집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두려움을 느끼며, 타인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힘들어하고 약한 사람은 무시하며, 스스로 수치심을 느낀다. 그리고 가해자와 같은 성의 어른을 믿지 못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하며, 성적이 떨어지고 폭력적이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가출하거나 극단적으로 자살 행동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렇듯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모순적이게도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장소나 가해자를 떠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정리해보면 가해자 곁을 떠나게 되면 가해자의 폭력이 더 심해질 것을 두려워한다. 또한, 폭력에 노출되어 이혼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없어 자녀를 위해서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 체면 때문에 폭력을 노출하지 않고, 때로는 가해자를 돕기 위해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폭력 초기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맞고 살고 있으며, 참고 기다려 주면 가해자가 변할 것이라고 잘못된 믿음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더욱 가정폭력의 굴레로 빨려 들어가는 통로가 될 뿐이다.
그리고 가장 슬프고 슬픈 현실은 폭력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학대의 영향으로 무기력해져서 이런 악순환의 관계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우리는 이를 ‘확인된 무기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모두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확인된 무기력’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강력한 이유는 그들 스스로는 절대로 이 ‘확인된 무기력’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 5:22, 개역)라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더욱 깊게 고민하고 우리의 언행을 다스려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다음호에는 제2부 가정의 상처와 치유-가정폭력(6)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체계’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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