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또를 발표하는 날이 돌아왔다. 오후에 한다고 미리 예고를 했건만 아침부터 빨리하면 안 되냐고 애원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마니또 놀이를 진행한 일주일동안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K군은 학기 초에 강당에서 친구들과 달리기 놀이를 하다가 반칙을 했는가 안했는가가 발단이 되어 S군과 크게 다툰 일이 있었다. 주위의 친구들이 도와주어 오해도 풀리고 서로 화해하기로 하였지만, 여전히 마음의 앙금이 남았는지 서로 서먹한 관계가 그 후에도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마니또 놀이에서 S군이 K군을 뽑게 된 것이었다. S군은 어떻게 하면 K군을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살짝 교사인 내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리 익숙하지 않은 타자실력이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컴퓨터로 편지도 쓰고, 우유 당번인 K군을 도와 우유 상자를 날라주기도 하였다. K군이 무심코 떨어뜨린 연필을 몰래 주워서 책상에 올려주는 모습이 흐뭇했다.
N양은 J양과 마니또가 되었다. 마니또 선물을 하는 날인데 깜빡 잊고 선물을 준비해 오지 않았다고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선물은 꼭 돈을 주고 사온 것이 아니어도 된다는 말을 기억한 N양은 그 날 급식 시간에 후식으로 나온 바나나케이크를 먹지 않고 몰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쪽지에 ‘네가 오늘 바나나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며 하나 더 먹고 싶다는 말을 들었어. 그래서 내가 너를 위해 아껴 두었단다. 맛있게 먹어~ 너의 마니또가’라고 적어 J양의 서랍에 살짜기 넣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L양은 Y양의 마니또가 된 다음 날 감기가 걸리고 말았다. 40도가 넘는 고열에 학교를 결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마니또에게 편지를 전해야 하는데 큰일이라며 교사인 내게 문자를 보냈기에 염려 말라며 다독여주었다. 나는 L양을 대신하여 Y양의 마니또가 되어주기로 했다. 선생님 글씨가 탄로날까봐 삐뚤빼뚤 왼손으로 편지를 적고, 여행 갔다가 사 왔던 수첩을 선물로 주었다. 감쪽같이 모르는 Y양은 신이 나서 편지를 읽으며 마니또가 누구일까 설레어 했다. 다행히 3일 만에 건강해져서 돌아온 L양이 바통을 이어 Y양을 도와주었다.
마니또 발표가 시작되자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마니또가 누구일지 귀를 기울였다. 고스란히 들킨 친구, 감쪽같이 모르게 활동하여 성공한 친구, 알고도 모른 척 시치미 떼 준 친구 등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져서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우정은 작은 배려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시작되고, 또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마니또 놀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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