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교통 문화에 있어서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교통은 매우 현대적이며 교통 인프라의 유지를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도로에 쓰이는 지출이 매년 증가되어 왔으며, 신규 도로의 건설이 인구 밀집 지역과 활용도 높은 토지의 부족으로 제약을 받게 되자, 촘촘한 전철망을 구축하여 이를 보완해 왔다.
먼저 일본의 도로 교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고도 성장기까지는 일본의 도로상황이 열악하였으나, 1960년대 이후 활발한 도로 건설의 진행으로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의 도로정비가 이루어졌으며, 고속도로의 건설이 진행되면서 도로의 발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120만km의 포장도로는 국도와 유료도로로 나뉘어 있는데, 속도가 빠르고, 통행로가 분리되어 있으며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유료도로의 독점적인 네트워크가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고 있다. 일본의 도로는 여름철 홍수를 대비하여 물빠짐 시설을 도로 양 옆에 설치하고, 큰 비가 오더라도 도쿄 중심의 대형 집수 장치에 물이 모이게 함으로써 하수도가 역류되어 도로가 침수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특수 바닥재를 설치하여 비가 도로 표면에서 흡수되기에 비가 그친 후에는 도로에 물기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도로는 모두가 좌측통행이다. 현재 세계에서 자동차가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는 일본을 포함하여 74개국이나 된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 등 주로 영연방이거나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을 포함한다. 하지만 왜 일본은 영국과 관련이 없음에도 좌측통행 도로를 선택하였을까? 이에는 여러 가지 학설들이 있지만, 영국 동경설과 사무라이설이 유력하다 할 수 있다. 일본은 문화적으로 영국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관심이 없는 영국 왕실 행사가 일본 뉴스에서는 1면을 장식하곤 하기 때문이다. 같은 국왕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세계를 정복하고자 했던 야심이 공통적이어서일까 일본인들은 영국과 동일한 좌측통행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 같다. 사무라이설의 경우에는 사무라이들이 왼쪽에 칼을 차고 다니는데 좁은 골목길의 경우 서로 부딪쳐 다툼이 벌어지기 쉬웠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좌측통행을 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아무튼 필자도 좌측통행이 상식이 되는 일본에서 수년간 운전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자칫하면 역주행을 하게 되어 정신이 번쩍 났던 일이 기억난다. 가장 가까운 나라끼리 도로의 방향은 거꾸로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또 일본의 도로에는 주정차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도로를 100%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62년부터 시작된 차고지증명제의 영향이 크다. 차고지증명제란 소유자가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관할 관청이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로 이미 주차공간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신,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안전하게 자전거로 통근, 통학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도로 양 쪽에 즐비하게 늘어 선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자전거의 이용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과 비교한다면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차고지 증명제나 교통 단속 강화와 같은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먼저 운전자와 보행자가 함께 공존하며 배려할 수 있는 주차문화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운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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