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태평양에 접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역사적으로 한 발 앞섰다. 조선시대 초 우리나라와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인 일본의 조총이 바로 그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식생활 문화에 있어서도 일본은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변화시키고 토착화시켰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오므라이스와 돈가스, 그리고 카레라이스가 생겨난 유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오므라이스는 오믈렛(Omelet)과 라이스(Rice)의 합성어로 토마토케첩을 섞어 볶은 밥 위에 넓게 펼쳐 구운 계란을 덮고 데미글라스 소스를 곁들이는 요리이다. 오므라이스의 원조는 오사카의 홋쿄쿠세이(北極星)라는 식당에서 미국식 오므라이스 속에 밥을 넣어 만든 것이었다. 계란 속에 버섯이나 베이컨, 치즈 따위를 첨가하듯이 밥을 집어넣은 형태로 모양은 서양의 오믈렛과 비슷했다. 전국으로 퍼지면서 계란을 볶아놓은 밥 위에 올리거나 얇은 계란으로 밥을 감싸듯이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하나사키(꽃이 피는 듯한) 방식이라고 하여 반숙의 오믈렛을 라이스 위에 얹고 한 가운데를 칼로 잘라 펼치는 방식이 유행이다. 식감이 부드럽기는 한데, 축축하게 덜 익은 계란이 덮여있는 상태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돈가스 역시 돈(돼지고기를 일컫는 한자어: 豚)과 가스(미국식 커틀릿-Cutlet의 줄임말)의 합성어이다. 쉽게 말하면 미국식 포크커틀릿(Pork Cutlet)에서 온 것이지만 만드는 방법이나 맛이 미국식과는 많이 달라서 구별을 위해 이렇게 부르게 된 것 같다. 초창기 돈가스는 우리나라 1980년대쯤 경양식 집에서 먹던 것 같은 얇고 넓은 형태였다면 오늘날에는 한 입 베어 물면 돼지고기의 육즙이 입 안으로 퍼지는 두툼한 형태가 일반적이다. 돈가스는 서양의 양식 문화를 일본 스타일로 간소화 한 경양식(輕洋食)이었다. 서양의 빵과 샐러드, 스프, 스테이크를 일본의 쌀밥 문화와 어떻게 조합할까 고심한 결과 한 접시 위에 샐러드, 밥, 커틀릿이 공존하는 돈가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스프 또한 우동 국물이나 미소시루(된장국)로 바꾸고 나이프와 포크 대신 젓가락을 사용하게 한 점도 흥미롭다. 돈가스의 등장은 일부 엘리트층의 전유물이었던 양식을 서민층으로 보급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으며, 생선 대신 육식문화가 자리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카레라이스는 카레(Curry)와 라이스(Rice)의 합성어이다. 물론 서양에도 카레 요리가 있다. 하지만 일본의 카레는 서양식과는 사뭇 다르다. 카레는 러일전쟁 무렵 일본 도시 중산층 가정을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되었는데, 오늘날 일본의 카레는 본고장 인도에 이어 소비량 세계 2위가 되었다. 카레는 강황, 코리엔더, 정향, 커민 등 수 십 가지의 향신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맛의 카레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직후 영국의 해군이 함상에서 카레를 부식으로 사용하던 것을 보고 영국의 커리 파우더를 모델로 하여 일본인의 입맛에 맛는 카레의 배합을 찾아내었다. 이 뿐 아니라 기존의 가루 카레로부터 짧은 시간 안에 쉽게 녹일 수 있는 고형 카레를 개발하여 전국에 보급함으로써 일본의 카레라이스는 더 이상 서양 음식이 아닌 일본의 국민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는 오므라이스, 돈가스, 카레라이스와 같은 음식 문화를 통하여 일본 특유의 문화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남의 것이라도 그것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일본화 시키고 본래의 것보다 더 사랑받게 만든 점이다.    이운산 기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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