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역시 스시일 것이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생선이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빨리 상하는 단점 때문에 어떻게 하면 오래 보관할 것인가가 언제나 큰 골칫거리였다. 냉장 냉동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생선을 오래도록 보관하면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말리거나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발효시킨 생선을 먹던 풍습에서부터 스시의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스시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초기의 스시는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인 붕어의 속을 밥으로 채워 넣은 후 커다란 도기 속에서 여러 달 발효시킨 ‘후나즈시’였다. 그 이후 간사이 지방(오사카 주변)에서는 상자에 밥과 생선을 넣고 돌로 눌러 모양을 만든 다음 네모나게 썰어 먹는 스시가 유행하였는데 누른다는 뜻의 ‘오시즈시’ 또는 상자에 넣었다고 하여 ‘하코즈시’라고 불렀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스시는 에도 시대에 포장마차의 상인들이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위하여 밥을 손으로 쥐어 만들었던 ‘니기리즈시’이다. 당시로 보면 오늘날의 패스트푸드와 같은 인기상품이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초밥 위에 여러 재료를 얹어 먹는 ‘치라시즈시‘와 우리나라의 김밥처럼 김으로 말아 만드는 ’마키즈시‘가 있다.
다음은 스시의 구조와 친구들에 대해 알아보자. 초에 절인 밥은 ‘샤리’라고 부른다. 윤기 흐르는 모습이 불가의 사리를 연상시킨다고 멋을 부려 갖다 붙인 이름이다. 밥 위에 올리는 생선은 ‘네타’라고 한다. 원래 재료를 뜻하는 일어는 ‘타네’인데 뒤집어 사용하던 은어가 정착된 것이다. 스시를 먹을 때 빼 놓을 수 없는 친구들로는 절인 생강(가리)과 마늘처럼 생긴 락교가 있다. 또 초밥 속에 넣는 고추냉이인 ‘와사비‘와 녹차를 일컫는 ’아가리‘도 빼 놓을 수 없다.
스시를 먹는 순서는 보통 기름기가 적은 것에서 많은 것으로, 담백한 맛에서 진한 맛으로 옮겨가는 것이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대체로 광어 같은 흰 살 생선에서 시작해 참치, 전어, 고등어, 장어 순으로 먹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니 손이 가는대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 먹는 순서를 달리 한다고 해서 예의에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단 스시를 간장에 찍어 먹을 때는 샤리(밥)가 아닌 네타(생선)에 찍는 것이 정석이다. 왜냐하면 네타에 간장을 찍는 편이 밥알이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스시는 젓가락보다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이 정석으로 되어 있다. 일본에 가면 스시집에서 스시를 손으로 먹는 사람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시는 오늘날 귀한 손님접대 음식이나 특별한 날의 축하음식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부모님처럼 대해주던 일본분이 있었는데, 그 집에 초대받아 가면 손수 초밥을 정성스레 빚어 대접해주곤 하였다. 그 때 먹은 ‘아지즈시‘ (전갱이를 초에 절여 올린 초밥)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요새는 가정에서 초밥을 만들어 먹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한국에서 김치를 더 이상 담그지 않고 마트에서 사서 먹게 된 것처럼 말이다. 전화 한 통이면 피자나 치킨을 배달하듯 초밥이 뚝딱 배달된다. 배달된 초밥은 색깔은 화려하나 왠지 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할까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소중한 음식 문화는 가정에서 가정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무리 생활이 바빠지고 패스트푸드에 의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가끔씩은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전통음식을 만드는 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운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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