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애 소장

3월은 일 년 중 가장 많은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달이다. 학교에서 입학이나 상급반으로의 이동 그리고 직장에서 입사나 부서 이동 등으로 연령에 상관없이 관계로 인한 설렘과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는 날들이기도 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본성적으로 관계에 대한 욕구들이 있다. 이러한 관계 욕구들이 충족되면 각 개인은 행복감을 느끼지만 충족되지 못하면 갈등이나 불안을 느낀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원한다. 그러나 의외로 자신의 욕구와 쉽지 않은 관계 맺음 사이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 만은 않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관계 문제로 오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상사와의 관계, 시부모와의 관계 등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관계에는 친밀함과 갈등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다는 것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관계의 욕구를 충족함으로 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맺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긍정적인 관계맺음의 기초이며 필수적인 것은 공감이다. 공감은 자신의 선입견을 포기하고, 상대방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상대방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와 같이 느껴봄으로 그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즉 공감은 자신과 상대방의 입장을 바꾸어 볼 수 있는 역지사지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능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한 자존감이다.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을 가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며,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수용할 줄 알게 한다. 따라서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도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여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며, 그의 아픔과 기쁨도 깊이 공감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상호간에 친밀감을 더하게 하며 깊은 신뢰의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타인에 대한 가치감도 낮으며 결국 공감력도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함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중요한 자존감은 성장과정에서 받았던 부모나 중요한 타인들의 양육태도나 말 그리고 자신의 삶의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부모에 의해 애정 어린 양육이나 지지적인 말을 듣고 성장한 사람은 건강한 자존감이 형성되지만 그렇지 못한 양육이나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된다. 또한 자라면서 작고 큰일에 실패 경험이 많은 사람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됨으로 건강하지 못한 자존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성장과정에서 어떤 양육을 받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성장과정에서 훼손된 자존감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청소년기나 이후의 시기에서 증진시킬 수 있다. 아이들이나 청소년기의 자존감은 성공 경험과 칭찬으로 배양된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성공들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대해 긍정적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나 사회의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그들이 성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여야 한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로 성공경험을 많이 할수록 자존감은 높아간다. 따라서 삶의 자리에서 많은 성공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경험을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작은 일들부터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작은 성공경험들이 쌓여 자기 가치감과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 높아가고, 이것을 근거로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확장됨으로, 행복한 삶을 위한 관계적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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