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배움의 기회를”

놀이와 호기심은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지기도
일상생활은 신비한 일들이 숨어있는 숨겨진 창고

 요즘 젊은 엄마들은 자녀가 서너살이 되면 특수한 교육용 교재를 가지고 가르치는 학원을 보내는데, 학원비가 몇 십만 원이라고 한다. 승호가 자랄 때도 유행하는 교재가 있었고 그것 역시 가격이 매우 비쌌다.

 이럴 때 엄마의 중심이 중요하다. 모든 아이들이 다 한다고 불안해 하지 말고, 조금만 진정하자. 그러면 일상생활의 모든 사물들이 그런 고액 교재보다 더 좋은 공부 교재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특수교재들은 연구개발비가 들어가고, 그 외에도 외국에서 들어온 수입품이므로 불필요한 가격이 많이 붙어 있다. 자녀가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일생생활의 사물들로도 충분히 양육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부모들이‘영재병’에 걸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해 상업적 목적으로 비싼 완구류와 별 효과가 없는 교재를 고가에 파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당장 사지 않으면 자기가 지금 뒤처지는건 아닌가 하며 착각하고 조급해하는 부모도 문제다.

 승호는 엄마가 음식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면 자기도 언제나 부엌의 갖가지 조리기구들을 갖고 오래도록 놀곤 했다. 깨지거나 날카롭거나 위험한 물건만 아니면 무엇이든 갖고 놀도록 배려했다. 가끔은 이상한 요리도 하겠다고 우겼는데, 나는 밀가루 반죽도 한 움큼 떼어주고 배추도 안 잎 떼어 주고 콩나물도 다듬게 해 줬다. 물론 승호가 만진 요리 재료들은 실망할까봐 승호가 보이지 않을 때 모두 쓰레기 통으로 직행했지만, 승호는 자기도 큰일을 한 것처럼 부엌일에 한동안 진지하게 참견을 했다. 엄마의 후한 인심 덕분에 우리는 부엌에서도 훌륭한 파트너였다.

 일상생활에서의 놀이와 호기심은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7년 3월 28일 포항공대신문에서 발견한 흥미 있는 기사를 소개한다. 아그네스 포겔스(Agnes Pockels, 1863-1935)는‘부엌에서 과학하기’라는 전설을 낳은 이탈리아 북부 베니스 출신의 여성이다. 그녀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여성에게는 제한된 교육 기회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다. 괴팅겐대학에서 물리학 교수가 된 남동생의 과학교과서와 논문들을 독학하면서 배움의 욕구를 충족할 뿐이었다. 그녀는 병든 부모님의 병수발을 들어야 했는데, 날마다 설거지를 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세재의 거품에서 생기는 비눗방울들이 다양한 색을 내고 물에 닿으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을 보았다. 물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기름 한 방울은 액체표면에서 얼마나 넓게 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고, 설거지를 매일 하면서 던진 열여덟 살 소녀의 의문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엌은 그녀만의 실험실이 되었다. 부엌이라는 실험실에서 표면과학의 역사가 새로운 방향을 찾게 된 것이다. 그녀는 부엌에 있는 조리도구들을 이용해서 실험하고 측정한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녀는 표면장력 측정법을 발견했다. 자신이 고안한 싱크대에서 단추를 이용해 힘의 균형을 측정하는‘포겔수조’를 통해서였다. 1891년, 그녀는 레일라일 경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10년 동안의 연구를 묶어서<네이처>에 게제 했고, 총 16편의 논문을 쓰며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다. 부엌에서 일평생 실험을 계속한 그녀는 말년이 되어서야 연구 활동을 인정받았고, 70세 때 브라운 뷰바이히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독일에서는 그녀의 과학 방식을 교육에 적용하여‘아그네스 포겔스 학생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삶은 자녀양육에 대해 많은 힌트를 준다. 공부는 학교나 도서관이나 학원에서 책을 펴놓고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순간, 이 세상 모든 환경이 새로운 발명과 배움의 장소임을 알 수 있다. 자녀의 일상생활은 여러 가지 신비한 일들이 공공연하게 숨겨진 보물창고이다. 평범한 사람의 호기심과 진지한 질문에서 얼마든지 새롭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셨다.

사모 장애영
하나교회
- <엄마의 기준이 아이의 수준을 만든다>의 저자
- 극동방송,CTS,CBS 강연
- 두란노 바이블 칼리지/두란노 어머니학교 강사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