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와 갈등지수

 덴마크의 작가 악셀 산드모스가 1933년에 쓴 소설 속 가상의 마을 ‘옌트’를 다스리는 “옌트의 법칙”이 요즘 인터넷공간에서 회자되고 있다. 덴마크 국민들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마음가짐이 짙게 배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지 말라.
둘째, 모든 사람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믿어야 한다.
셋째, 네가 다른 사람보다 영리할지는 몰라도 더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넷째, 모든 사람이 너만큼은 잘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섯째,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여섯째, 모든 사람이 너와 동등하다고 믿어야 한다.
일곱째, 모든 사람이 각자 잘하는 것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여덟째, 다른 사람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
아홉째,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열째, 누구한테나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종교 간의 갈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터키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로 갈등을 겪는 국가이기 때문에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의 오래 전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

부서져야 하리?

 예수는 다락방 담화를 마치고 요한복음 17장에서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제자들에게 남긴다.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하나의 기준을 정해놓고 모두가 똑같이 따르는 방법이다. 냉전시대를 오래 살아온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하고 특히 리더의 입장에서는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은 적용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두를 각기 다르게 창조하신 다양성이 무시된다. 두 번째는 부서지고 무너지고 깨진 가루를 뭉쳐서 한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한 상황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일 뿐 아니라 결코 실제로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 바이기도 하다.

협업지수

 세 번째는 맞물리는 것이다. 필자는 인간의 내면을 이차원 도형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 하나님의 형상은 본래 둥근 모양의 원처럼 소리 없이 굴러갈 수 있는 존재였는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 각자가 하나님 자리에 앉은 심판자가 되어 갈등 속에 살다보니 서로 상처를 받아 찌그러져 움푹 파인 부분이 생긴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에 의해 패인 것만큼이나 튀어나온 교만한 부분도 있어 울퉁불퉁 일그러져서 행복하지 않은 타락한 인간은 굴러가면서 덜거덕 덜거덕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함께 하나로 만드는 방법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정교하게 맞물려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회전방향이 서로 반대가 되어야 효과적일 때도 있다. 그렇게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이들 사이에서 효과를 내는 시너지 메커니즘의 지혜가 필요하다. 위키피디아에 등재된 지 오래 된 ‘Colla bonomics’는 ‘Collaboration’과 ‘Economics’의 합성어인데 요즘 들어 기업평가의 기준으로 칠십 퍼센트 정도까지 높이 반영된다는 협업지수라는 용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갈등을 행복으로 만드는 지혜로운 방법 중의 하나는 협업이다. 서로 조용히 맞물리기 위해서는 다른 모습 그대로 돌아가면서 조용히 낮은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옌트의 법칙`을 다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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