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소재한 유니온 신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바 있는 저명한 심리치료사인 앤 쉐프(Anne W. Schaef)는 “혼이 넉넉한 삶”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에게 있어서, 나의 혼을 넉넉하게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것은 위에 계신 그분에게 나의 삶을 철저하게 맡기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나의 삶과 다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나는 아주 비참한 인생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삶과 싸우는 대신에 나는 날마다 그분에게 물어봅니다. ‘당신은 나를 위하여 무슨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그리고 오묘한 그분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나는 나의 삶과 다투는 대신에 그분의 말씀을 전적으로 의지하여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어떤 사람이 산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서 산 밑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다가 다행히 그는 산 중턱에서 옆으로 불거져 나온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가까스로 붙잡을 수 있었다. 혼비백산한 그는 산위를 향하여 크게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요. 그 위에 누구 없어요?”홀연히 구름이 기적처럼 흩어지더니, 한 줄기 빛이 하늘에서 강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굵직한 한 음성이 들려왔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를 구하여 줄 것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그 소리를 듣자, “빨리 구해 주십시오.” 그는 급한 나머지 더 크게 고함일 질렀다. 위에서 또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내가 너를 구해주리라. 네가 지금 움켜쥐고 있는 그 나무 가지에서 손을 놓아라.”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산꼭대기를 향하여, 아까보다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위에 누구 다른 사람 없어요?” 우리는 자신이 붙들고 있는 손을 결코 놓으려 하지 않는다.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나를 구원해 주시겠다는 하늘의 음성을 분명히 듣고서도, 별것도 아닌 자아(ego)를 꽉 움켜쥐고서 결코 놓지 않는다. 하늘의 깊은 섭리를 전혀 믿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철학자와 종교인들이, 그리고 심리치료사들이 그들을 찾아 온 내담자에게 주는 충고는 간단하다.
삶을 억지로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라(let go)는 것이다.” 앤 쉐프가 하는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삶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때가 이르면 언젠가는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작은 예로,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바꾸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마 정답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행위를 바꾸는 길 밖에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의 기분을 몹시 상하게 하였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리고 무섭도록 자신에게 정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함으로써, 그와의 관계가 깨어질 것을 걱정하고, 속으로 끌탕을 하지 말고, 내 마음에 옳다고 믿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스트레스 없는(stress-free)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나의 혼이 넉넉해지는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위대한 스승 중 한 사람인 이리나 트위디(Irina Tweedie) 여사가 자신의 삶의 모토로 삶고 있는 기도문을 함께 나누고 싶다.
메아리 없는 노래를 부르며/ 그림자 없이 하늘을 비상하고/ 그리고 자취를 남기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내게 주소서.
이 기도문을 묵상하노라면, 절로 혼이 넉넉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요즈음 나는, 목 놓아 부르다가 내가 죽을, 하늘을 향한 나의 고백으로 이 기도문을 조용히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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